[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이번에도 승부의 추는 ‘파넨카킥’에서 갈렸다. 마치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준결승을 재현하는 듯 했다. ‘무적함대’ 스페인이 포르투갈을 힘겹게 따돌리고 2012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12) 결승에 진출했다.
스페인은 28일(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돈바스아레나에서 열린 포르투갈과의 유로2012 4강전에서 전·후반 90분과 연장 전·후반 30분을 득점 없이 마친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승리했다.
이로써 유로2008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노리는 스페인은 2010남아공월드컵을 포함, 사상 첫 메이저대회 3연패에 도전하게 됐다. 반면 유로2004 이후 8년 만에 결승진출을 노린 포르투갈은 남아공월드컵 16강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스페인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다.
이베리아 반도 ‘전통의 앙숙’이자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라이벌전에 빗대 ‘유로 엘 클라시코’로 불리는 두 팀의 맞대결은 쉽게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예상을 깨고 ‘제로톱’ 대신 원톱 카드를 꺼내든 스페인은 최전방에 알바로 네그레도(세비야)를 처음 선발로 내세우는 전술변화를 시도했다. 반면 역습 위주로 공격을 전개한 포르투갈은 강한 압박을 시도하며 스페인의 골문을 노렸다. 그러나 두 팀 모두 정규시간 90분과 연장전을 포함해 120분간 득점을 성공시키지 못하고 승부차기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 두 번째 승부차기는 지난 25일 열린 이탈리아와 잉글랜드의 8강전 흐름과 비슷하게 전개됐다. 당시 이탈리아는 3번째 키커였던 안드레아 피를로(유벤투스)가 일명 ‘파넨카킥’으로 불리는 대담한 칩 슛을 성공시키며 상대를 주눅 들게 만들었다. 당황한 잉글랜드는 3, 4번 키커가 연달아 실축을 범하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이날 운명의 대결에서 흐름을 바꾼 주인공은 스페인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였다. 두 팀 모두 첫 번째 키커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에 선방에 막힌 가운데 이어진 2, 3번 키커가 차례로 골을 성공시키며 2-2로 팽팽히 맞섰다. 4번 키커로 나선 라모스는 상대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는 파넨카킥을 성공시켰다. 부담을 느낀 포르투갈은 4번 키커 브루누 알베스(상트페테르부르크)의 강력한 슈팅이 크로스바를 튕기고 말았다. 승기를 잡은 스페인은 마지막 키커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의 슈팅이 골포스트를 맞고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힘겨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이번 대회 최대 화두로 떠오른 파넨카킥은 체코슬로바키아의 축구영웅 안토닌 파넨카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파넨카는 서독과의 유로1976 결승전 당시 승부차기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마지막 키커로 나와 대담한 칩 슛으로 팀에 우승컵을 안긴 바 있다. 피 말리는 승부에 나선 키커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을 감수해야 하는 슈팅이지만 성공할 경우 상대를 심리적으로 압박하고 경기 흐름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지네딘 지단(프랑스), 프란체스코 토티(이탈리아) 등이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이 킥을 선보여 화제를 낳기도 했다.
한편 결승에 선착한 스페인은 독일-이탈리아의 준결승 승자와 다음달 2일 대회 우승컵인 ‘앙리 들로네’를 놓고 최종 우승을 다툰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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