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M&A 총괄 국제실 KT망 임차 MVNO사업자 에넥스텔레콤과 비밀 회동..유통·고객·자금 강점
27일 통신업계 및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그룹 인수합병(M&A)을 총괄하는 정책본부 산하 국제실(비전팀)이 이동통신재판매서비스(MVNO) 사업자인 에넥스텔레콤과 미팅을 갖고 통신 사업 현황을 논의했다. 에넥스텔레콤은 KT 망을 빌려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MVNO 업계 1위 사업자로, 2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MVNO 사업 진출 의사를 가지고 이를 추진하고 있다”며 “MVNO 사업을 직접 꾸려가거나 기존 MVNO 업체를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MVNO는 이통사로부터 망을 대여해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현재 국내 MVNO 가입자는 80만명 수준으로 향후 성장 가능성도 매우 높다.
업계는 롯데그룹이 통신 시장에 진출할 경우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통한 경쟁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유통망이 강점으로 꼽힌다. 롯데백화점·아웃렛(39개), 롯데마트(96개), 롯데슈퍼(431개), 세븐일레븐(4800개)은 물론 롯데시네마, 롯데리아, 엔젤리너스 등 온·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 이통사들의 판매망에 버금가는 인프라를 갖췄다는 평가다.
롯데닷컴, 롯데홈쇼핑 등 온라인 쇼핑몰과 TV 홈쇼핑 채널도 강력한 유통 채널로 활용될 수 있다. 특히 2410만명에 달하는 롯데멤버스카드(포인트카드) 고객은 가입자 확대의 든든한 기반이 될 수 있다.
통신업 진출에 필수적인 자금 동원력도 롯데그룹의 핵심 경쟁력이다. 지난 1·4분기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롯데그룹의 주요 계열사 8곳(롯데쇼핑·호텔롯데·호남석화·KP케미칼·롯데제과·롯데칠성·롯데건설·롯데물산)의 이익잉여금만 31조7000억원에 달한다. 이익잉여금은 사업확장 등에 쓰일 수 있는 자금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MVNO 사업자들은 자금력, 유통점 한계로 인해 온라인 판매를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반면 롯데그룹은 자금, 유통, 고객 인프라를 모두 갖췄다 ”며 “기존 통신사업자들을 위협할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에넥스텔레콤과) 접촉한 것은 사실”이라며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에 앞서 연구 차원에서 타당성을 조사한 것일 뿐 인수 등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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