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시장자율조정 원칙..학계 "무조건적 규제보다 공정 경쟁·대가 적정성 등 고려해야"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올 초 KT와 삼성전자 간 스마트TV 접속 차단 갈등으로 불거진 '망 중립성' 논란이 최근에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로 옮겨 붙었다.
통신사는 투자 비용 분담 없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를 '무임 승차자'로 규정한 반면 CP는 사용자들의 편익을 고려치 않은 통신사들의 '이기주의적 발상'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해법을 찾기 위해 망 중립성 논의 기구가 발족했지만 접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만큼 이해관계의 간극이 크기 때문이다. 망 중립성 논란이 장기화될 경우 이통 산업의 경쟁력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망 중립성 논란은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통화 패턴이 음성통화 위주에서 데이터 위주로 바꾸면서 불붙었다. 실제로 지난 1·4분기 통신 3사의 무선 트래픽 총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2% 늘어난 6만4947테라바이트(TB)로 집계됐다. 이는 아이폰 도입 직전인 2009년 11월 무선 트래픽 총량 322TB 대비 200여배가 늘어난 수치다.
트래픽 폭증에 따른 망 고도화 작업, 신규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통신 3사의 투자 비용은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배 증가한 1조3980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해외 주요국은 망 중립성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결론은 '시장 자율조정 원칙'이다. 2010년 투명성·차단 금지·불합리한 차별 금지라는 망 중립성 고시를 제정한 미국은 연방통신위원회(FCC) 차원에서 통신사의 네트워크 차단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통신사와 CP 간의 자율 협력을 통해 특정 요금제 이상에서만 m-VoIP 서비스를 허용한다. 엄격히 네트워크 차단을 금지하는 유럽도 시장 자율에 방점을 찍었다.
월정액 40파운드 요금제 이상에서만 m-VoIP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영국 보다폰은 요금제에 상관없이 별도로 15파운드를 지불할 경우 m-VoIP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일, 프랑스, 스웨덴도 특정요금제 이상에서만 제한적으로 m-VoIP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스마트TV로 촉발된 망 중립성 논란은 현재 정부와 업계가 참여하는 자율협의체에서 거시적인 해법찾기에 나섰다. 지금은 스마트TV 등 일부 기기에 한정됐지만 향후에는 더 많은 기기들이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 망 중립성 논란을 야기할 수 있어 이참에 사회적 합의점을 찾자는 취지다.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가운데 스마트TV 공동 마케팅 또는 가격보조금 등 다양한 의견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를 통해 망 트래픽으로 인한 비용을 이통사와 제조사가 공평하게 부담한다는 것이다. 양측 간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은 보이스톡에도 해당한다.
신민수 한양대학교 교수는 “단순히 CP를 규제하기 위한 원칙을 세울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촉발하고 양측 간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각 사업자별 책임과 이에 상응한 대가 적정성도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실정에 맞는 요금체계 개편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체 트래픽의 70%를 데이터가 차지하고 있지만 수익으로 연결되는 비율은 30%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른바 '데이터 중심의 요금제'로 개편하는 것이다.
오는 28일(현지시간) 미국 버라이존의 '데이터 공유 요금제' 발표에 국내 이통사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그래서다. 버라이존은 데이터에만 높은 수준의 요금을 매기고 음성통화와 문자는 무제한 제공하는 요금제를 내놓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 요금제가 대중화되면 m-VoIP 논란은 무의미해질 수도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무선통신 이용자들의 사용 패턴을 분석한 새로운 요금제 개편은 글로벌 사업자의 트렌드이자 숙명”이라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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