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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작물이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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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작물이 말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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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탓에 배추·감자 등 밭작물 피해 '비상'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가물어서 감자 씨알이 좀체 굵어지질 않아요. 값이 오르면 뭘 합니까, 골라봐도 내다 팔 게 없는데."


지난 23일 오후 4시. 밭 이랑에서 물을 끌어 긴 호스로 뿌려대던 박흥수(53ㆍ충북 보은) 씨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중천에 걸렸던 해가 서서히 기울 시간이지만 물기 없는 흙에선 풀풀 먼지가 날렸다. 박씨는 오랜 가뭄으로 감자 농사를 망치게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감자와 배추, 무 등 밭작물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이 눈에 띄게 줄진 않았으나, 작물들이 수분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해 알이 굵어지지 않는 등 작황이 좋지 않아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25일 '최근 가뭄에 따른 주요 농축산물 수급 동향과 전망'을 통해 "충남을 중심으로 마늘, 양파, 감자의 수확량이 줄고 고추, 무, 대파의 생육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는 대파의 피해가 가장 심하다. 김병률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장은 "경기, 충북, 전북에서 생산되는 노지 대파는 생육이 지연되고 병충해가 발생하면서 7월과 8월에 출하량이 30% 정도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음달 기상여건에 따라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배추는 호남과 충북 일부 지역에서 고온 현상에 따른 생육 장애가 발생해 배추 통이 작고 상품성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고랭지 배추의 가뭄 피해는 크지 않지만 다음달 이후 기상 여건이 작황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의 경우 전북, 충남 지역의 가뭄으로 생산량이 평년에 비해 4%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다. 양배추 또한 강원 고랭지 지역에서 생육이 지연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감자는 가뭄으로 알이 굵어지지 않아 작황이 지난해 보다 8%, 평년과 비교해서는 18% 정도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모내기는 전국적으로 98.5%가 진행돼 올해 쌀 수급에는 큰 영향이 없을 전망이다. 경기ㆍ강원ㆍ충북은 모내기가 모두 완료됐고, 충남, 전남ㆍ북, 경북 등에서 용수가 부족한 상황이지만 이는 전체 재배면적의 0.4%로 미미한 수준이다.


정부는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지역에 광역상수도 관로를 통한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이달 초부터 가뭄 지역 6만8000ha에 대해 급수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양수기를 포함한 장비 1만3000여대와 함께 인력 2만8000여명이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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