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쇼크' 경보...중점 사업들 줄줄이 재검토
유럽위기·글로벌 불황대비·생존프로그램 비상
[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주요 그룹들이 시계제로에 놓은 하반기의 사업 계획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확산, 내수 침체 등으로 하반기 경제 상황이 상반기 보다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올 초 세웠던 경영계획을 수정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라는 급한 불은 껐지만 유럽 재정위기가 스페인으로 확산되는 등 예측하기 어렵다"며 "올 초 세운 경영전략은 이미 의미가 없어진 상황으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하반기 글로벌 경영전략회의'를 지난해보다 2주 가량 앞당긴 오는 26~27일 개최, 사업 목표를 점검할 계획이다. 글로벌 전략회의는 삼성그룹 전 계열사 수장들이 모여 하반기 경영 전략을 내 놓는 자리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글로벌전략회의에서 하반기 그룹내 주요 경영 목표가 결정된다"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은 항상 경영목표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용하고 있어 유럽 경제 위기로 인한 추가 조치는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열린 삼성 사장단에서 정기영 삼성경제연구소장(사장)은 내부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정 소장은 "최근 경제 리스크는 일시적이나 국지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이고 세계적인 현상"이라며 "악화된 경영환경에서도 경쟁력 있는 기업은 생존하는 것처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도 다음달 초 열릴 경영전략회의를 앞두고 하반기 영업전략을 재검토 하기 시작했다. 현대ㆍ기아차는 올 초까지만 해도 경기가 회복되는 하반기에 승부수를 띄운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하반기 판매 집중 전략을 재점검하고 나섰다.
SK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하반기 사업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및 관계사는 유가, 환율 등 대내외 변수를 예의주시하며 하반기 전략을 짜기 시작했으며 SK텔레콤은 카카오톡 등을 포함한 급변하고 있는 통신 시장환경을 반영한 사업계획 마련에 착수했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이달 내내 갖는 중장기전략 보고회에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원천기술 확보라는 특명을 내림에 따라 이를 중심으로 한 전략마련에 돌입했다.
롯데ㆍ신세계 등 대표적 내수 기업들도 하반기 경영전략을 새로 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에 하반기 경영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며 "다양한 요인을 감안해 하반기 경영 전략을 수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도 "아직까지 하반기 경영계획의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실적인 요인을 보면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은 맞다"고 전했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박사는 "지금까지 발표된 주요 기업들의 사업전망은 현 상황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해서 낸 수치"라며 "하지만 국내외 상황이 연초 예상했던 것보다 좋지 않은 만큼 경영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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