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위기 시스템으로 이겨라>
정용민 지음, 프리뷰 펴냄
“위기를 많이 경험해야 위기를 이길 수 있다.”
업무를 하다가 힘이 들 때면 사내 회의실에 걸린 ‘Crisis is Client(위기는 우리의 고객)’이란 글귀를 보며 위안을 얻는 기업 대표가 있다. 저자 정용민 스트래티지샐러드(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 기업) 대표 컨설턴트 겸 CEO가 바로 주인공이다. 그는 “위기는 곧 귀한 고객을 대하듯 성심과 성의를 다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글로벌 PR에이전시 힐앤놀튼(Hill & Knowlton)과 웨버 샌드윅(Weber Shandwick) 등과 함께 일했고 콘트롤 리스크(Control Risk) 등 다양한 위기관리 프로젝트와 국내외 200여곳이 넘는 기업 컨설팅과 트레이닝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위기관리의 달인이다.
그는 매해 평균 20~30여곳의 기업 위기를 자문한다. 그는 그럴 때마다 기업마다 위기관리에 대응하는 방법이 다름을 자주 목격하곤 한다. 조직의 위기관리 시스템도 다르긴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예컨대 수 십 년간 성공적인 업적을 쌓아온 대기업도 위기대응을 제대로 못해 부실한 면을 드러내는 반면 시작한 지 얼마 안된 젊은 기업이 마치 탄탄한 시나리오라도 있는 양 완벽하게 대처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위기대응 인력으로 구성된 위기관리 조직의 분위기도 다르다. 기업위기에 직면해도 어쩔 수 없다는듯 앉아서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위기관리 위원회가 있는가 하면 근무시간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아무런 불평없이 위기대응 방법을 찾는 위원회도 있다. CEO가 자리를 지켜야만 대응방식을 확정하고 실행할 수 있다며 위기관리위원회 모두가 시간을 낭비하는가 하면 CEO가 출장중이어도 임원들이 협업해 서로의 전문적인 의사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캐피탈을 들 수 있다. 지난해 4월 현대캐피탈 IT팀으로 고객 DB해킹 협박 전화가 걸려왔을 때 유럽출장 중이던 정 대표는 전화회의를 통해 비상대책본부와 수시로 연락하며 위기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정 대표는 비상대책본부에 “앞으로 시시각각 상황이 변할 테니 일일이 나한테 보고하려 하지 말고 비상대책본부가 중심이 돼서 대처하라”고 주문했다.
이 책은 이런 위기대처에 대한 굴지의 기업 사례를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다. 주로 현장에서 보고 스스로 사례연구를 통해 얻은 지식과 경험들을 토대로 시사점을 찾고 위기기업들에게 어떻게 위기를 타개할 수 있을지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위기와 위기관리는 무엇보다 경험이 중요하다”며 “자신이 재직한 기업에 아직 맞닥뜨리지 않은 위기 형태를 보고 듣는 간접경험을 하게 되면 미리 자사의 철학, 시스템, 인력, 의사결정 역량 등을 되돌아 볼 수 있다”고 역설한다. 그는 “이 책이 위기없는 세상을 만들지는 못하더라도 부디 기업의 위기로 인해 고통받지 않는 사회의 발판을 마련하기를 기대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회사의 역량을 재점검 하려면 다양한 위기의 간접적 경험이 필요하다” -저자 정용민-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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