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이스피싱 건수 급등.. 기간통신사업자 '005, 001, 002, 006' 이어 별정통신사업자에도 '009' 부여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정부가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국내 별정통신사업자들에게 새로운 국제전화 식별번호인 009를 부여한다.
18일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 국내 별정통신사업자에게 009 번호가 제공된다"며 "이 식별번호로 인해 해외 범죄조직들의 전화를 일반 국내 전화로 오인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별정통신사업자들은 001ㆍ002와 같은 국제전화 식별번호가 부여되지 않아 해외 범죄집단이 이를 악용해 보이스피싱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예를 들어 해외 범죄집단이 국내 기간통신사업자인 KT와 계약해 해외전화를 걸어오면 휴대폰에는 '001-국가번호-지역번호-가입자개별번호' 식으로 발신번호가 표시되지만, 별정통신사업자은 국가번호부터 찍혀 국제전화로 인식하기 힘들었다. 특히 휴대폰으로 걸려온 전화는 보이스피싱 번호와 휴대폰 주소록에 저장된 번호가 일부만 같아도 발신번호 표시창에 지인의 이름과 번호가 뜨기 때문에 훨씬 더 속기 쉬었다는 게 방통위측의 설명이다.
방통위는 090 번호를 붙이면 피해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2009년 정부가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SK텔링크에 각각 '005, 001, 002, 006'을 붙이도록 한 후 해외전화가 쉽게 판별되면서 그 해 보이스피싱 피해 건수가 2008년(8454건) 대비 1734건 줄어든 6270건을 기록했다. 2010년에는 5455건으로 피해 건수가 더 줄어 최저치를 보였다. 그러나 2011년부터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다시 2008년 수준인 8244건으로 급증했다. 방통위는 해외 범죄집단이 이 무렵 국제전화 식별번호가 없는 별정통신사업자와 계약해 국내에서 사기 행각을 펼치기 시작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앞으로 009 번호가 뜨면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라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보이스피싱 예방 효과가 클 것"이라며 "설령 자신의 휴대폰에 저장된 지인의 이름이 뜨더라도 앞에 009가 붙기 때문에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또한 국내 공공기관 전화번호를 전부 데이터베이스화해 국내 공공기관 전화와 똑같은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해외전화를 원천 차단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해외에서 걸려온 전화가 국내 통신사업자에 연결되기 직전 법원ㆍ검찰ㆍ경찰ㆍ우체국 등 국내 공공기관 번호와 똑같은 번호가 있는지 걸러내는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이 시스템은 내년 1월부터 기간통신사업자와 별정통신사업자 모두에게 적용될 예정이다.
심나영 기자 s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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