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의무휴업 두달 | 소비자들은 지금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소비자들은 불편하다는 입장이 대부분이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도입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특히 맞벌이 부부의 경우 주말에 대량구매 하던 소비 습관을 갑작스런 환경 변화로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 11일 오후 10시,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이마트 내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었다. 마트 내 식품코너에서 일한지 올해로 3년째라는 김현숙 씨는 지난 10일에는 휴일 여파인지는 모르겠으나 월요일 저녁시간 치곤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마트 내 분위기를 전했다.
# 맞벌이 부부 최혁민·오수민 씨 “퇴근 후에 어쩔 수 없이 마트로 왔죠”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마트가 이곳인데 어제 의무휴일제 때문에 오늘 퇴근 후에 왔어요. 급한 게 아니면 다음 주말에 와도 되는데 생필품의 경우에는 동네슈퍼에서 다량으로 구매하기는 비싸서요. 영세상권을 보호한다는 정부의 취지는 잘 알겠지만, 저희 같은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주말을 이용해 대량으로 구매하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월요일 저녁부터 마트로 왔네요.”
# 주부 김연희 씨 “마트, 재래시장을 다 둘러보고 저렴한 곳에서 구매를 하죠” “주부 15년차 예요. 마트에서 저렴한 품목은 마트에서 사고 그렇지 않은 경우 재래시장으로 가죠. 저렴한 상품 위주로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는 게 소비자의 권리 아닌가 싶어요. 그런 의미에서 어느 곳에서나 자유롭게 장을 보고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야지 의무적으로 휴일을 정한 다는 건 억지가 있어 보여요. 마트가 더 가까운 곳에 거주하는 사람도 일부러 멀리 가서 사야하는 건지 또한 의문이죠.”
# 직장인 이호준 씨 “마트가 문 닫는다고 재래시장으로 가진 않아요” “바로 어제 의무휴일제를 하는지도 모르고 마트에 왔다가 헛수고 했네요. 그렇다고 급하게 사야하는 물건도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집으로 돌아왔죠. 마트가 쉰다고 해서 꼭 재래시장으로 가는 건 아니예요. 영세상인 보호를 위해 소비자로 부터 선택의 폭을 좁힌다는 것에도 동감할 수 없네요.”
대형마트 영업규제의 핵심 정책목표는 영세상권 보호다. 자유경쟁을 제한해서라도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자는 정부의 취지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소비자는 불만이다. 다양하고 저렴하고 질 좋은 상품을 서민은 자유롭게 선택하고 살 수 있는 권리가 이들에게도 있는데 말이다.
기자가 직접 몇몇 소비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대형마트 의무 휴일제 때문에 재래시장으로 가는 소비자는 찾기 어려웠다. 이들이 모든 소비자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원래 마트와 재래시장을 이용하는 주부나 휴일제를 피해 평일날 장을 본다는 맞벌이 부부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시행으로 외국인 관광객들 또한 헛걸음을 했다. 일본, 중국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명동 근교에 위치한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이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전 식료품 쇼핑을 위해 많이 찾는 곳으로 통한다. 그러나 지난 10일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미처 알지 못한 관광객들은 이 점포에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롯데마트’ 관계자는 이에 대해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매출의 12~13%를 차지하는 만큼 실제 우려가 됐던 부분”이라며 “의무 휴일제에 대한 안내를 더욱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내놓은 자료에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일제 관련 소비자들의 불편 사항이 공개됐다. 국민신문고를 통해 제기된 민원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의무휴업 관련 민원은 2012년 1월부터 5월까지 총 128건이었다. 대형마트 내 임대업자 등 소상공인 역차별 37건, 의무휴업에 따른 시민불편 34건, 하나로 마트 등과의 형평성 이의 19건 단순문의 27건, 휴무찬성 9건, 기타 3건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민원 내용 중 직장생활을 하는 맞벌이 부부들의 경우 주말 밖에 장을 볼 시간이 없으므로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를 평일로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와 관련, 지식경제부 유통물류과 관계자는 “시행초기 단계라 종합적으로 현황이나 문제점들에 대해 검토중”이라며 “국회에서도 곧 논의가 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소비자 단체 “찬성은 하지만 소비자 배려한 제도 보완” 요구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단체의 공식 입장은 의무 휴일제를 찬성하지만, 시행과 관련해 소비자를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자신을 맞벌이 부부라고 밝힌 이 관계자는 “일요일 날 마트를 갔는데 닫혀 있더라”라며 “평일에는 퇴근 후 마트에 가는 게 어려워 주로 주말을 이용해 구매를 해야 하는데 너무 불편하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지역 특성상 주변에 슈퍼마켓이 없는데 아기 기저귀가 필요할 때 곤란하더라”면서 “이런 특성을 반영해서 의무 휴일제를 시행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의무 휴일제가 시행 되는지도 몰랐는데 가보니 문이 닫혀서 헛걸음 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라며 “정부 정책이라는 것이 일정 유예기간을 두고 국민이 알 수 있도록 안내 한 다음에 시행을 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너무 짧아 본의 아니게 헛걸음을 한 소비자가 꽤 많았다”고 제도적 허점을 꼬집었다.
서울YMCA 시민중계실 한석현 간사는 조금은 다른 입장을 내놨다. 이 제도의 근본 취지인 ‘소상공인 살리기’를 감안한다면 지금은 소비자들이 불편할 수 있지만 점차 제도적인 보완을 해나가는 시기인 만큼 일단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소비자 불편을 이유로 이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가 훼손되면 다시 돌이키기 어렵다는 것이 한 간사의 견해다. 그는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니까 1~2년 시행되면서 문제점이 보완돼야 근본적인 취지가 설득력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 불편사항 역시 제도 보완을 통해 점차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당장의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장을 보는 패턴을 바꾸거나 작은 물건 같은 경우 주변 편의점이나 마트를 이용하길 권한다는 그는 “중소상인들도 대형 유통업체로부터 구입하는 일종의 소비자로 그들을 보호하는 것을 사회적으로 공론하고 폭넓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그는 “제도가 자리 잡히고 중소상인 경쟁력이 늘어나면 이후에는 대형마트 영업시간도 다시 늘릴 수 있고,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입장과 관점에 따라 주장이 다를수 있지만 가급적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지 않겠느냐는 한 주부의 평범한 주장이 문득 떠올랐다.
이코노믹 리뷰 이효정 기자 h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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