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유령> 기자간담회
“힘드시겠지만 1회부터 다 보셔야 돼요.” SBS <유령>의 소지섭이 아직 드라마를 보지 못한 새로운 시청자들을 위해 관전 포인트를 알려달라는 질문을 듣고 답했다. 이는 한 회라도 놓치면 작품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뜻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매 회 높은 퀄리티를 보장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령>은 4회 만에 신선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으로 시청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과연 사이버 수사대 김우현에 이어 해커 박기영을 맡은 소지섭, 경찰 유강미 역의 이연희, ‘미친 소’ 권혁주 형사 역의 곽도원, 이제야 베일을 벗은 조현민 역의 엄기준은 드라마 <유령>과 자신의 역할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네 배우에게 반전이 가득한 <유령>에 대해 물었다.
소지섭 “나도 모르는 부분이 계속 나오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1인 3역: 진짜 우현이, 우현이가 된 기영이, 우현이 인척하는 기영이까지 1인 3역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처음에는 이런 설정이 좀 신경 쓰여서 기영을 연기했던 최다니엘 씨를 흉내 낼까도 했다. 근데 내 리듬이 깨져서 연기가 잘 안 되더라. 그래서 특별히 신경 쓰는 대신 우현과 기영 사이의 중간 지점을 찾고 최다니엘이 아닌 새로운 톤으로 연기하려고 애썼다.
충격: 촬영하면서 내가 몰랐던 점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게 매번 충격이었다. 실제 사이버 수사관 한 분이 촬영장에서 도움을 주시는데 눈앞에서 해킹이 너무 쉽게 되고 메일 하나만 클릭하면 정말 다른 컴퓨터를 조종할 수 있는 걸 보니까 무섭더라. 차라리 모르는 게 나을 것 같단 생각도 든다. 사실 그것보다 더 깜짝 놀란 건 우현이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이었다. 애 아빠 역할도 처음이고 (웃음) 이렇게 나도 모르는 부분이 계속 나오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엘리트 연기: 우현이, 기영이처럼 ‘차도남’에 엘리트 캐릭터는 예전에 맡긴 했는데 너무 오래돼 기억 안 날 정도로 참 오랜만이다. 생각보다 연기가 어렵다. 내가 갖고 있는 색깔과 캐릭터 격차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계속 양복을 입고 있는 게 불편하다. 넥타이를 매고 있으면 순간 행동하는 데 규제받는 거 같아서. 난 역시 길바닥에 앉고 그러는 역할이 맞는 거 같다. (웃음)
배우 소지섭: 원래 성격은 내성적인데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좀 달라졌다. 주인공을 몇 번 하니 촬영 현장에서 몰랐던 부분들이 보이더라. 내가 주인공인데 현장에서 말을 안 하고 인상 쓰고 있으면 분위기도 별로 안 좋다. 현장 전체 분위기는 주인공을 쫓아가는 거 같다. 그걸 느끼는 순간 예전처럼 행동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아직 내 성격과 맞지 않아서 어색하긴 한데 내가 좀 움직이면 현장 분위기도 좋아지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이끌어가려고 한다.
이연희 “고민 많은 새내기, 강미에게 더욱 집중하겠다”
연기력 논란: 연기력 지적에 대한 기사나 댓글은 안 보려고 해도 주위에서 이야기가 들리기 때문에 전혀 모르진 않다. 나도 모니터링하면서 스스로 부족함을 느끼기 때문에 되도록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액션 연기: 항상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었는데 다른 캐릭터에 비해 초반 강미라는 캐릭터를 보여주기 힘들어 액션 연기가 들어간 걸로 안다. 촬영 중 합이 잘 안 맞아서 코피가 나기도 했는데 큰 부상은 아니었다. 앞으로 더 화려한 액션이 나올지는 모르겠다. 강미가 사이버 수사관이긴 하지만 현장에서 뛰어다니는 장면이 더 많을 것 같다.
유강미: 주위에 날 예쁘게 봐 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그것 때문에 하나의 부족한 점이 더 커질 때도 있는 것 같다. 강미는 ‘얼짱 경찰’이라 본의 아니게 손해를 볼 때가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강미와 동질감을 느낀다. 하지만 강미는 ‘허당’ 같은 점이 있는 친구다. 사이버 수사대에 와서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되고 강력한 남자들 세계에서 약해 보이지 않으려고 하지만 쉽지만은 않아 고민이 많은 인물이다. 그만큼 새내기인 거다. 앞으로 조금 더 강미에게 집중해서 연기하도록 하겠다.
멜로: 우현에게 아들이 있다는 게 가장 충격이었다. (웃음) 대본을 보면서 ‘과연 강미는 정말 우현에게 아들이 있다는 걸 알고도 좋아했을까. 그래도 사랑했다면 우현에게 뭔가 매력이 있겠다’ 싶었다. 이혼남에 대해서 생각도 많이 해봤고. 속은 기영이지만 겉모습은 우현 팀장님이기 때문에 기영에게 다가가는 장면에서는 두근대는 모습을 넣으려고 노력했다. 기영과 우현 사이에서 고민하는 장면이 앞으로 많이 나올 것 같다.
곽도원 “에이, 난 그냥 ‘미친 소’고 지섭 씨야말로 ‘소간지’다”
욕 금지령: 드라마가 영화랑 다른 게, 욕을 전혀 못 쓰게 하더라. 1회에 나갔던 내 대사 중 “이 새끼, 점점 마음에 드는데?”란 대사가 있었는데 이제 “이 녀석 보게?” 혹은 “이 놈 보게?” 정도로 순화됐다. 다른 분이 ‘새끼’라고 말하면 괜찮은데 내가 그 단어를 쓰면 더 상스럽게 들리나 보다. (웃음) 그래서 나한테 욕 금지령이 내려진 상태다.
애드리브: 우연히 지섭 씨와 내가 같은 옷을 입게 됐다. 대기를 하고 있었는데 스크립터 친구가 “같은 옷, 다른 느낌이네요” 하더라. 그 친구는 그 말을 하고 나한테 미안해했는데 난 그 말이 웃겨서 ‘이거 써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감독님께 제안을 드렸더니 “진지한 장면인데 너무 웃기면 안 된다”고 걱정을 하셔서 애드리브 넣는 버전과 뺀 버전 모두 찍었고 4회에 그 애드리브가 나왔다. 사실 내가 잡은 권혁주의 말투와 대본의 톤이 다를 때가 있어서 어미 처리를 바꾸고 대사 중간에 일상적으로 편하게 쓰는 말을 넣기도 한다. 평소에도 감독님이나 작가님이 전문용어 제외하고 어색한 말이 있으면 조금씩 편하게 바꿔도 된다고 말씀하셨다.
다이어트: 본의 아니게 한 달 만에 7kg을 뺐다. 아, 난 드라마를 이렇게 치열하고 어렵게 찍는지 몰랐지. (웃음) 야식은 평소보다 안 먹으려고 노력했고 아마 술을 못 먹어서 살이 빠진 거 같다. 다이어트 하고 싶으신 분들은 드라마를 하라. 아마 100% 빠질 거다. 오늘도 새벽까지 촬영하고 와서 정신이 하나도 없다.
‘소간지’ vs ‘미친 소’: 몇몇 분들이 소지섭 씨와 카리스마 대결이나 스타일 경쟁을 물어보시는데 말도 안 된다. (웃음) 난 그냥 ‘미친 소’이고 지섭 씨야말로 ‘소간지’다. 오늘도 한 번 신경 써서 입고 온 건데 난 안 될 것 같다. 대결이라기보다 지섭 씨한테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내가 드라마를 처음 찍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영화에 비해 컷 수가 너무 많은데 난 모든 장면에 힘을 들였다. (소지섭: 촬영 첫날에는 몇 시간 만에 피곤해하시더라. (웃음) 정작 선배님 나오는 장면에 힘을 못 주셔서 말씀드렸다.) 덕분에 요령이 조금씩 생기는 것 같다.
엄기준 “조현민이 복수, 한 가지에만 빠져있는 인물이라 맡았다”
20초: 4회 마지막에 20초 등장했다. 정말 잠깐 나온 건데 주변에서 다들 “네가 나쁜 놈이지?” 이런 소리만 하더라. 사실 4회에 처음 얼굴이 나오는 걸 알고 시작했다. 다른 배우 분들은 벌써 밤새고 있는데 난 어제(10일)까지 뮤지컬을 마치고 영화나 공연도 봤고. 사실 3회까지 대본 리딩도 같이 하신 걸로 아는데 난 참석 못해서 아직도 조현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래서 자세히 설명 드리기도 힘들다. (웃음) 제작발표회 때도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조현민: 정확한 정의를 내릴 순 없지만 사이코패스는 극단적으로 한 가지에 미쳐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조현민은 복수만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인데 이 역할을 맡은 이유도 한 가지에만 빠져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개인적으로 연기하고 싶은 스타일이기도 하고 조현민처럼 복수가 목적인 캐릭터를 아직 연기해보지 않았었다. 조현민으로서 지금까지 소지섭과 2번 정도 같이 촬영한 것 같은데 호흡이 좋다. 나중에 우리 둘이 멜로 할 수도 있을 만큼. (웃음)
평화주의자: 살면서 실제로 복수를 해야겠다고 느낀 적은 없는 것 같다. 복수를 결심한다는 건 내가 그 전에 당한 일이 억울해서이지 않나. 근데 난 어떤 일을 당하면 당할 만하니까 당한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그래서 복수 같은 건 생각 안 해 본 것 같다. 난 평화주의자다. (웃음) 만약 복수를 하게 되면 치밀하게 할 것 같다. 굉장히 꼼꼼한 A형이라서.
‘악플’: 과거 공연만 할 때는 댓글을 많이 봤다. 예전에 어떤 분이 내가 출연했던 작품을 본인 방식대로 해석해서 ‘악플’을 올리셨더라. 그걸 보고 나도 모르게 ‘그럼 당신이 연출을 하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방송 활동 시작한 이후부터는 댓글 안 본다. (소지섭: 그래도 ‘무플’이 가장 속상하다. 한 두 개 정도는 달아주셨으면 좋겠다.)
사진제공.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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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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