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제명은 민주투쟁 역사..이석기·김재연 제명되면 의정사 오점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석기ㆍ김재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의원을 국회 차원에서 제명하자는 새누리당의 요청에 민주통합당이 '선(先) 자진사퇴, 후(後) 자격심사(제명)'를 원칙으로 화답하면서 두 의원의 제명 수순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의원직을 유지하겠다며 버티기로 일관하는 이들의 태도를 고려하면 제명이라는 강제수단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
대한민국 의정 사상 현직 국회의원이 동료 의원들의 징계안, 즉 '제명안' 발의에 의해 제명된 사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자격심사 제도로 의원직이 박탈된 경우는 1957년 도진희 의원 뿐이다. 이 가운데 김 전 대통령의 사례는 민주주의 투쟁의 역사로 기록됐다.
새누리당은 이ㆍ김 의원을 퇴출시키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 회의에서 "(이ㆍ김 의원 퇴출 문제는) 이제 실천만 남았다"면서 "(빨리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이것이 분명히 실천되도록 노력해달라"고 민주당에 요청했다.
김기현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새누리당과 제명을 위한 자격심사청구를 공동연맹해서 제출하고 국회 본회의 절차도 협조해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전날 당론임을 전제로 "(통진당의 비례경선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이뤄지지 않았으니 국회를 위해 (이ㆍ김 의원이) 정치적으로 자진사퇴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또 "자격심사를 하는 방법도 있다"면서 "두 의원은 (자격심사의 요건 가운데) '적법한 당선인인가'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어 "이런 절차를 거치는 것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면서 이ㆍ김 의원이 스스로 물러나주는 게 최선이고, 그러지 않으면 제명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신민당 의원이던 1979년 제10대 국회에서 제명됐다. 김 당시 의원은 그 해 9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공개적ㆍ직접적 방법으로 박정희 대통령을 제어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박정희 정권에 대한 지지 철회를 미국에 요구했다.
여당인 민주공화당과 유신정우회 의원 156명은 곧장 '김영삼 제명안'을 발의했다. 김 당시 의원이 '국가안위와 국리민복을 저해하는 행위'를 했다는 게 이유였다. 유신정우회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유신헌정체제를 뒷받침하는 친위대 성격의 원내 교섭단체였다.
제명안은 1979년 10월 4일 날치기로 통과됐다. 이 기록은 '국회 회의록'에 남아있다. 김 당시 의원은 이후 가택연금됐다. 제명에서 가택연금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박정희 유신 독재'를 규탄하는 부마항쟁의 단초가 됐다.
도진희 의원은 1956년 '김창룡 저격사건'에 연루됐고 사건의 배후 인물로 지목돼 수사를 받았다. 국회는 1957년 '민의원징계자격위원회'를 열어 자격심사를 한 뒤 '도진희 의원 자격심사 보고서'를 상정해 가결시켰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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