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디즈니랜드로 유명한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시는 LA 남동쪽 샌티애나강 연안에 있다.
미국에서 56번째로 큰 도시다. 바로 이곳에 타이거 우즈가 고교시절 자주 연습했던 시립골프장 데드 밀러(Dad Miller)가 유명하다. 처음에는 애너하임 시립골프장이었다가 골프장을 만드는 데 공로가 큰 밀러씨를 기리기 위해 그 이름을 따 골프장 명으로 변경했다.
18홀에 파71, 전장 5929야드 규모다. 평탄한 지형에 홀들이 직선으로 넓게 뻗어있어 초보자들이 연습하기에는 아주 좋은 코스다. 시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이다 보니 그린피도 미화 30달러 전후로 저렴하다. LA는 물론 얼바인 인근 한국골퍼들까지 자주 애용하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라운드를 하다 보면 한국인지 미국인지 모를 정도로 한국어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코스 주변에는 수 십 년 수목이 우거져 있다. 한국골퍼들에게는 하늘을 찌를듯한 팜트리가 일렬로 도열해 있는 것부터 장관이다. 홀의 길이는 전반적으로 짧지만 작은 그린은 언쥴레이션이 심하고 벙커까지 감싸고 있어 절대 좋은 스코어를 내기가 만만치 않다. 1970년대 말 미국의 스티브 스캇이란 골퍼가 18홀을 29분30초 만에 주파하는 진기록을 만들기도 했다.
이곳에서 플레이하다 보면 골프에 대한 철학이 바뀐다. 개인카트를 끌면서 그야말로 건강을 위해 무념무상으로 걷는 미국인들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스코어를 잘 내기 위해 멋진 드라이브 샷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나 컴퓨터 아이언샷을 날려 버디 찬스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주택 단지 주위에 많은 골프장이 있어 얼마든지 값싸게 골프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부럽다.
여기서 골프는 그저 생활의 일부다. 한국처럼 팀을 만들어 예약하고, 멀리 이동할 필요도 없다. 당연히 캐디를 고용하고, 클럽하우스에서 비싼 식사를 할 이유가 없다. 직업의 귀천 없이 연령을 초월해 누구든지 골프를 칠 수 있다. 우즈가 프로골퍼가 되기 위해 꿈을 가졌던 코스를 돌면서 필자 역시 샷 하나마다 정성을 들였다. 시간이 너무 늦어 핑크색 우즈 기념관을 관람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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