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첫 2년간 850억원 낭비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교육과학기술부가 오는 2014년까지 총 사업비 1조6000억을 쓰는 교과교실제 사업을 추진하면서 시행 후 첫 2년간 850억여원에 달하는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교과교실제란 각 교과목에 맞춰 특성화된 교실에 교사가 상주하고 학생이 이동해 수업을 듣는 방식. 교과부는 2009년 일부 시범학교를 선정해 지원했고 이듬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교과부가 당시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이 사업을 위해 첫해 600여개 학교에 3000억원이 책정됐다. 이후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전국 4800여개 학교가 1조3000억원을 국고와 지방비를 통해 지원받을 계획이었다.
17일 감사원이 공개한 학교시설 확충 및 관리실태를 보면 교과부는 2009년 교과교실제 사업을 시작하면서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지 않았다. 그 결과 앞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어 유휴교실이 늘어나는 점이나 영어ㆍ과학 등 일부 교과목에 대해 미리 전용교실이 확보돼 있다는 점이 사업계획을 짤 때 고려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최근 신설학교는 이미 수준별 이동수업이 가능한데다 비슷한 사업이 진행중인 관계로 학교별 여건에 따라 구체적인 차등지원 기준을 만들어야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서 "처음 2년간 최대 848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낭비한 걸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계획수립 당시 각 학교가 이 시설을 전면도입할 경우 15억원, 부분도입하면 3억원에서 5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파악했다. 기존 교실을 증ㆍ개축하거나 학습기자재 구입, 교원연수, 인력지원 등의 명목으로 책정된 비용이었다.
그러나 교과부는 학교당 평균 지원액을 15억원으로 산정해 각 교육청에 일괄적으로 나눠줬으며 교육청은 임의로 자체기준을 만들어 지원해 왔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교과부가 2009년과 2010년 계획한 예산은 3850억원이었는데 실제 교육청에 나눠준 예산은 4230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부 학교는 교과교실제 명목으로 예산을 받고도 이와 상관없는 교사휴게실을 리모델링하거나 교사휴게실 안마기를 구입하는 데 쓴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비를 부풀려 특정업체와 수의계약하는 사례도 적발되는 등 일선 학교장의 계약ㆍ입찰 부조리도 상당수였다.
감사원은 교과부장관에게 해당사업 지원기준을 재검토해 다시 수립하도록 통보하고 시ㆍ도교육청에 대한 지도ㆍ감독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촉구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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