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유로존이 그리스의 구제자금 52억유로 가운데 42억유로만 지급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유로존 구제금융기구인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은 10일(현지시간) 그리스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구제자금 52억 유로 가운데 42억 유로만 지급하기로 하고 나머지 10억유로는 6월까지 집행을 보류한 뒤 그리스의 자금 수요와 경제적 상황 등을 재검토해 지급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들로 구성된 EFSF 이사회는 전날 밤 전화로 긴급 회의를 열고 이 같이 결정했다며 그리스의 자금 수요를 감안하면 10억 유로를 유보해도 당분간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EFSF는 또 "지급 예정인 42억 유로의 구제자금도 그리스 정부가 일반 예산과 분리해 별도 계정에 예치해야 하며 빚을 갚는 데에만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는 이번 집행되는 구제자금으로 내주에 만기가 돌아오는 유럽중앙은행(ECB) 차입금 33억 유로 등을 갚아야 한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전날 오후까지만 해도 그리스에서 총선 이후 정치적 불안이 계속되고 있으나 이미 승인이 난 52억 유로는 예정대로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그러나 독일,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해 심야 긴급회의에서 일부 유보를 결정했다고 EU 관계자들은 전했다.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그리스 국민들은 상황이 심각하다는 점과 그리스에 규정을 지키고 받은 돈을 제대로 관리할 정부가 없을 경우 어떤 EU 회원국도 1300억 유로의 구제금융 중 한 푼도 제공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그리스가 유로존에 잔류하려면 긴축과 개혁 프로그램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6일 실시된 그리스 총선에선 어느 세력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가운데 구제금융 프로그램에 따른 긴축정책의 철폐 또는 재협상을 내건 급진좌파연합이 제2당으로 도약했다. 총선 이후 제 1당인 신민당과 제 2당인 급진좌파연합 주도의 연정 구성이 잇따라 실패했으며 제 3당인 사회당 주도의 연정협상이 10일 시작됐다.
사회당도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 결국 6월에 총선을 다시 실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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