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 청교도들의 엄격한 의식이 있는 미국 보스턴에서 간통죄를 저지른 한 젊은 여인이 죗값으로 'A(Adultery)'자가 쓰인 주홍글씨를 가슴에 영원히 달아야 하는 벌을 받았다. 너대니얼 호손의 소설 '주홍글씨' 주인공 헤스터 프린 얘기다. 헤스터 프린의 가슴에 달린 'A'자는 사회로 부터 받은 불신임장이었다.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10일 발표할 동반성장지수도 일부 기업에겐 헤스터 프린 가슴에 달린 주홍글씨로 느껴질 수 있다.
56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동반성장지수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작성하는 '동반성장 및 공정거래협약 실적평가'와 동반위가 자체 조사한 '체감도 조사'를 통합해 산정된다. 두 평가의 합산 점수에 따라 56개 대기업은 ▲우수 ▲양호 ▲보통 ▲개선 등급 중 하나를 받게 된다. 이번 지수 발표를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인 동반성장을 유도하겠다는 게 동반위의 취지다.
실제 우수등급을 받은 기업은 각종 혜택과 기업 이미지 상승이란 평판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개선 등급을 받은 기업은 '동반성장을 실천하지 못한 꼴찌 기업'이란 꼬리표를 받게 된다. 눈에 보이는 불이익은 없지만 동반성장을 하지 않는 나쁜 기업이란 낙인이 평생 찍힐 수 밖에 없다. 일종의 주홍글씨인 셈이다. 자칫 자율적인 동반성장 문화를 유도하려다 기업들의 경쟁력만 저하시키는 결과를 만들수 있다.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이 직접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만큼 최하위 등급의 발표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같은 우려에서였다.
재계가 지난 7일 열린 실무위원회에서 이같은 문제를 집중적으로 지적했으나 동반위 측에선 기존 방침에 따르겠다고 일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운찬 전 동반위원장이 공언한 사안을 갑자기 바꾸기 힘들다는게 표면 이유였다. 정 위원장은 당시 성적순 공개를 못박았다.
그러나 동반성장지수의 당초 취지를 살리며 실(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동반위가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무조건 기존 방침을 강행한다면 정 위원장 당시와 마찬가지로 꼬인 매듭을 풀 수 없다. 줄세우는 정운찬 식 동반성장이 당초 취지를 살려 자율적인 동반성장 문화를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은정 기자 mybang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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