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부실 저축은행 추가 퇴출이 임박하면서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부산해지고 있다. '영업정지 트라우마'에 지친 고객들이 빼 낸 돈을 저축성보험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특히, 삼성화재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 자리를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는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저축은행 엑서더스'를 실적 쌓기 호기로 보고 보험설계사(FC) 등에 관련 상품 판매를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모 외국계보험사 관계자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1ㆍ4분기가 영업 비수기인 보험사들에게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더 없는 영업 찬스가 될 것"이라며 "이번에 퇴출되는 저축은행 자산 규모가 지난해 보다 많을 것으로 관측되면서 상품 판촉 열기가 뜨거워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지난해 손보사들은 저축은행 퇴출 이후 저축성보험으로 톡톡히 재미를 봤다.
실제로 지난해 2월 부산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진 가운데 3월 저축성보험 신계약이 전월 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745억원을 기록했다. 프라임저축은행 등 7곳이 추가로 영업정지 철퇴를 맞자 저축성보험 실적은 급상승했다. 8월 1075억원 자금이 몰리더니 9월 1462억원, 10월 1791억원, 11월 2175억원으로 쭉쭉 올라가더니 올해 1월에는 4083억원의 신계약이 이뤄져 금융권을 놀라게 했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정기예금 금리가 연 4%에도 못 미치는 가운데 5%대 수익률을 제공하는 저축성보험에 뭉칫돈이 몰렸다"며 "일시납의 경우 보험료 제한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 번에 수 백 억원을 맡기는 경우도 있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보험업체에 저축성상품은 '독이 든 사과'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 같은 실적 호조가 불안할 뿐이다.
장기간 운용에 따른 이자부담과 해약 시 급격한 자산건전성 악화 등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대부분 손보사들은 저축성보험 이율로 연 5% 정도를 보장해주고 있다. 유입된 예금 대부분을 국공채와 회사채 등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기껏해야 4% 정도의 운용수익률을 거두고 있다.
해마다 1% 가량 역마진이 나는 자산이 켜켜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저축성보험 영업이 본격화된 지 얼마 안 된 만큼 사업비로 지출되는 부분도 만만치않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금융당국이 과열 자제를 주문했지만, 공시이율을 0.1% 정도 내리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실정이다. 사업비 등으로 적자 구조인 상태지만 불어나는 보험료 유입액으로 충분히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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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보험료 유입 증가세가 둔화되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각오해야 한다. 손보사들로서는 역마진을 줄이기 위해 공시이율을 낮추게 되고, 이는 고객 자금 이탈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불가피한 것이다.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미소를 머금은 손보사들이 더 큰 재앙을 낳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기 절정을 구가하고 있는 저축성보험이 유감스러운 이유다.
조태진 기자 tj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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