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회 박사의 리더십 이야기
Y사장은 저성과자나 고성과자를 위로하고 격려할 때 위의 시를 즐겨 이메일로 발송하곤 한다. “고(高)성과자는 그 피말리는 경쟁의 세계에서 1위를 지키려니 얼마나 힘들 것이며, 저(低)성과자는 욕심처럼 성과가 따라주지 않으니 얼마나 힘드냐”는 내용을 입힌다. 이 같은 어려움에 대한 공감이 성과를 내라고 닥달하기보다 훨씬 더 효과를 내고 분발하게 하는 효과를 내더란 이야기다.
요즘 세상에 어느 상사고 대놓고 부하를 존중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진정한 상사의 힘은 부하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한 눈에 증명된다. 부하들이 상사가 자신을 진정으로 존중하고 아끼는구나 생각하는 때가 언제일 것 같은가? 바로 부하의 고난과 위기 상황 때다, 사적으론 부하가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공적으론 실수를 저질렀을 때 상사의 처신을 보고 당사자인 부하는 물론 그 주변의 이들까지 상사의 평소 ‘자네, 믿지“하던 말의 진정성을 평가한다.
이에 따라 상사의 힘이 한 번에 빛나기도 하고, 와르르 한꺼번에 무너지기도 한다.
부하의 실수와 고난에 대처하는 순간적 판단, 그것이야말로 상사력을 증명하는 ‘진실의 순간’이다. 심복(心腹)을 만들기 위해선 리더부터 부하의 마음을 복종시킬 줄 알아야 한다.
부하가 상을 당했다면, 5분 조문을 위해 5시간 운전해서 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하더라도 반드시 문상을 가라. 눈도장은 상사에게뿐 아니라 부하의 마음을 사는데도 유력한 도구다. 효율성만 따져서는 평생 부하를 감동시키기 힘들다.
O사장은 평상시 ‘직원 감동경영’을 입에 달고 다니던 사람이다. 한번은 직원이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비서가 회사차원에서 조문을 가실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차갑게 “내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인데 뭐 갈 필요 있나?”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더 이상 권할 수는 없었지만 부하들이 그 이후 O부사장의 직원감동경영의 진정성을 믿지 않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M회사는 노조가 세기로 유명한 곳이다. L사장은 내부 승진도 아니고 이른바 낙하산파 이지만 장수를 누리고 있다. L사장은 그곳 조직을 말랑말랑 자신의 친위부대로 변화시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알고 보니 비결은 간단했다. 직원 개개인 대소사에 대해 관심을 꾸준히 보여 준 것이었다.
한 직원은 나를 만나더니 이렇게 토로했다. “우리 어머니가 편찮으시다는 이야기를 드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이후 저를 볼 때마다 어머니 쾌차 정도를 물어보시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이렇게 따뜻하게 챙겨 주니 직원들 사이에 ‘친절한 OO씨’란 별명이 붙을 정도랍니다. 큰형처럼 챙겨 주고 기억해 주는데 어떻게 딴 맘을 품고 반기를 들 수 있겠습니까.”
K차장(여)은 L사장의 말이라면 한밤중 자다가도 전화 한마디에 ‘충성’을 외치며 달려 나가곤 한다. 이런 부하를 보고 L사장의 동료들은 그의 부하복을 부러워한다. 알고 보면 공짜로 얻어지는 충성은 없다. K차장이 임신이 안 돼 퇴직까지 고려하는 심각한 고민을 할 때 L사장은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휴직을 허락해줬다.
“반드시 (임신에) 성공하고 오라. 단 지금은 바쁜 시기이니 연말까지는 출근할 것을 부탁해도 되겠는가?”하는 것이었다. 퇴직까지 고려하는 마당에 연말근무가 문제이겠는가. 게다가 임신 성공 기원금까지 쥐어주는 L사장을 보며 K는 감동을 넘어 충성을 결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반면에 위기를 당해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부하를 모질게 대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리는 한을 사는 경우도 있다. 흔히 성과위주 상사들이 저지르는 오류로 “프로는 아프지도 말아야 한다. 아픈 것도 자기관리를 못하는 본인의 책임”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상사에게 부하들은 오만정이 떨어진다. 상사는 부하의 불행을 외면하는 것을 떠나 몰랐다는 사실 자체도 리더십의 손상이다. 명심하라. 뿌리지 않고 수확하는 열매 없듯, 부하를 감동시키지 않고 공짜로 얻는 충성은 없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스토리 텔러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우리는 강한 리더를 원한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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