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세계 2위 패스트푸드 체인 버거킹이 오는 2017년까지 공장식으로 밀집 사육된 닭ㆍ돼지 고기 사용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2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버거킹은 이날 "향후 5년 안에 미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버거킹 제품에 협소한 우리가 아니라 넓은 땅에 방사한 닭과 돼지 고기만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버거킹의 방침은 세계에서 체인이 가장 많은 미국을 시작으로 점차 세계 시장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로써 세계 굴지의 패스트푸드 체인인 버거킹의 조치는 세계 전역에 큰 파문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된다.
버거킹은 최근 잔혹한 가축 사육에 대해 비난이 빗발치는 가운데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품 생산과정까지 들여다보는 이른바 '윤리적 소비' 성향이 뚜렷해지자 이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리적 소비란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나 환경오염, 노동 착취에 대해 따지는 것이다. 버거킹도 생산과정에서 빚어지는 동물학대를 지양하는 '윤리적 생산'의 일환으로 이런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비좁은 공간에서 사육된 돼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각종 질병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햄버거 등 미국에서 판매되는 일부 버거킹 제품에 잔혹한 방식으로 사육된 가축 고기가 사용돼왔다. 옴짝달싹 못하게 좁은 닭장 모습과 잔혹한 도축 방식이 외부에 공개되면서 일제히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버거킹은 한때 '도살왕'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소비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와 코스트코도 버거킹과 유사한 동물애호 정책을 펼치고 있다. 100% 방사로 사육된 닭이 낳는 달걀에만 자사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것이다.
미국 소비자단체와 동물보호단체들은 버거킹이 가축을 밀집 사육하고 학대하고 있다며 불매운동까지 벌인 바 있다.
미국 동물애호협회(HSUS)의 웨인 파슬 회장은 "연간 수천만㎏의 돼지고기와 수억개의 달걀을 사용하는 버거킹 같은 대기업이 이런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업계의 큰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 마이애미주 소재 버거킹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조너선 피츠패트릭은 "버거킹은 10년 넘게 동물복지에 힘써 왔다"며 "막강한 구매력으로 공급업체에 가축을 적절히 취급하도록 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1만2400여개 체인을 운영 중인 버거킹은 2007년 업계 최초로 학대 받는 가축 고기는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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