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시계를 1년여 전으로 되돌려 놓은 듯 했다. 최용수의 FC서울 감독 데뷔전이다. 21일 상황은 당시와 무척 흡사했다. 선수들은 장대비를 맞으며 홈그라운드를 누볐다. 상대도 똑같은 제주였다. “비는 뭔가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낭만파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자신감이 생긴다.”
분명한 이유는 있다. 최 감독은 지난해 4월 성적부진을 이유로 갑작스레 물러난 황보관 감독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정식 감독은 아니었다. 감독대행 자격으로 4월 30일 홈에서 열린 제주전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FC서울은 초상집에 가까웠다. 앞선 7경기에서 1승3무3패로 부진해 리그 14위에 그친 탓이다. 최 감독대행은 경기 전 디펜딩챔피언의 자존심을 회복하자며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어진 경기에서도 그랬다. 장대비에 양복이 흠뻑 젖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감독의 열정이 선수들에게 전달된 덕일까. FC서울은 전반을 0-1로 뒤졌지만 후반 몸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 2-1 역전승을 거뒀다. 극적 승리는 분위기 반전의 열쇠가 됐다. 팀은 이후 3연승을 내달리며 재도약했고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했다.
상승곡선은 올 시즌에도 계속된다. 21일까지 FC서울은 4승2무1패(승점14점)로 3위를 달렸다. 그리고 올 시즌 정식 감독으로 승진한 최 감독은 다시 한 번 제주를 상대했다. 이번에도 형태는 수중전(水中戰)이었다. “비 내리는 경기장에서 1년여 전처럼 제주를 만나니 분위기가 새롭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이끌어내 공격적으로 맞불을 놓겠다.” 괜한 자신감은 아니었다. FC서울은 후반 31분 김현성이 헤딩 선제골을 넣으며 승리를 챙기는 듯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명백한 오프사이드 상황에서 동점골을 허용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억울할 법도 했지만 경기 뒤 최 감독의 표정은 담담했다. “많은 찬스가 있었지만 결정력 부족으로 반격의 기회를 내주고 말았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다. 분위기를 반전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 FC서울은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치며 4위(4승3무1패, 승점 15점)로 내려앉았다. 상승곡선에까지 찬물이 쏟아진 건 아니다. 선수들은 오심으로 승리를 빼앗겼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제각각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FC서울은 더 이상 1년여 년 초상집이 아니었다. 최 감독의 지휘봉 아래 더 강하고 노련해진 팀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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