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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도입下] 저가폰 매장 없으면 '말짱 도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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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블랙리스트제도 내달 시행…'마트 휴대폰' 사고싶게 해야

-제조사 대리점 메리트 있어야
-이통사 보조금 미지급도 문제


[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스마트폰 이용자인 A씨는 평소 이동통신사에서 깔아놓은 이통사 전용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 불만이 많았다. 잘 쓰지 않아 삭제를 하려 해도 다른 앱처럼 지울 수 없고, 배터리만 빨리 닳게 하는 것 같아 눈엣가시였다. 참다못한 A씨는 결국 쓰던 휴대폰을 동생에게 주고 삼성 모바일샵에서 똑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새로 샀다. 제조사에서 직접 산 휴대폰은 이통사 전용 앱이 깔려있지 않기 때문이다.

오는 5월부터 소비자들이 전자대리점이나 마트에서 휴대폰을 살 수 있는 휴대폰자급제(블랙리스트)가 시작되면서 삼성 모바일샵, LG 베스트샵, 팬택 라츠 등 제조사 대리점에서도 휴대폰을 팔 수 있게 됐다. 문제는 A씨같이 이통사 전용 앱을 싫어하는 소비자를 빼면 딱히 소비자들이 제조사 대리점에서 단말기를 구매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제조사 대리점에서 휴대폰 단말만 구입하면 이동통신사에서 단말기를 사고 가입할 때 받는 보조금을 못받는다. 100만원짜리 갤럭시 노트를 50만원에 살 수 있을 만큼 싼 것도 아니다.

스마트폰 사용자인 손미영(26.여)씨는 "휴대폰자급제가 도입된다고 해도 특별히 제조사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사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낄 것"이라며 "단말기만 사면 유심칩은 또 따로 사야하는 불편을 겪어야 하는것도 싫다"고 말했다. 제조사 관계자도 "삼성, LG, 팬택 등에서 휴대폰을 팔긴 하는데 앞으로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휴대폰 자급제가 성공하려면 단순히 '유통채널이 많아진다'는 걸 넘어서 소비자들에게 왜 제조사에서 휴대폰을 사야하는지 설명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기대를 걸고 있는 '저가 휴대폰'이 제대로 유통될지도 의문이다. 휴대폰자급제의 핵심은 유통구조를 다양하게 해 국내 시장에 고착된 고가 스마트폰 중심의 판매 틀을 깨고 저가 휴대폰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에 홈플러스를 필두로 이마트, 롯데마트 등이 준비 중이지만 실제 저가 휴대폰을 마트 진열장에서 찾아보기까진 산넘어 산이다.


한 마트 관계자는 "보통 중국에서 저가 휴대폰을 수입해 팔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소비자 불신과 수리보증 서비스를 고려해 국내 제조사 저가 제품만 팔 계획"이라며 "마트에서 판매하는 수량이 적다보니 제조사들 협상과정에서 이동통신사에 주는 단가보다 비싸게 부르고 우리가 원하는 스펙의 저가 휴대폰을 만들려고 하지 않아 고민"이라고 했다.


휴대폰자급제 시행을 앞두고 중국의 화웨이, ZTE나 대만의 HTC등 20~30만원대 해외산 저가 휴대폰이 대량 수입될 가능성을 점치지만 이 역시 쉬운일이 아니다. 정진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박사는 "중국 휴대폰이 쓰는 주파수 대역이 우리나라와 맞지 않고, 중국에서는 아직까지 스마트폰 가입자가 10%도 안될 만큼 스마트폰 기술도 발달하지 않아 국내에서 필요한 물량을 댈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소량만 들여오면 유통비용만 많이 들고, 주파수가 안맞아 쓰지 못해 실제 한국 시장에서 유통될 확률이 낮다는 말이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시간을 두고 최대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풀어나가도록 할 방침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유통 구조를 다양화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까지가 정부의 몫이고 소비자와 유통사, 제조사들이 자연스럽게 시장을 형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정부에서 강압적으로 사업자에게 어떤 요구를 하고 압박하기 보다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휴대폰자급제를 활용해 이윤을 남길 방법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것이 우선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심나영 기자 sny@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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