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만큼은 'FTA 검투사' 이미지 그대로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FTA(자유무역협정) 검투사'가 달라졌다.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는 FTA를 밀어붙이던 추진력은 '칼집'에 넣고 한결 부드러운 자세로 지역주민들을 만나고 있었다.
5일 오전 7시30분 서울 강남구 수서역 앞에 나타난 김 후보는 발길을 서두르는 출근길 주민들에게 '100도 인사'로 지지를 호소했다. 강남 세곡동의 한 아파트 경로당에서 김 후보는 어르신들에게 넙죽 큰절을 했다. 처음 선거에 뛰어들어 주민들과의 악수조차 어색해 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FTA 청문회에서 야당 의원들의 고성에 맞섰던 강한 모습이 연상되기 힘들 정도였다.
그는 공약에 대해서는 냉철한 태도를 보였다. 김 후보는 강남을 지역의 최대 현안인 '재건축' 문제를 묻는 껄끄러운 기자의 질문에 "지구단위 정비계획과 사업인가 완료까지 된 시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돼 계획이 바뀌었다"고 지적하면서도 "지자체의 권한이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섣불리 추진하겠다고 약속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다만 조속한 추진을 촉구하면서 박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표를 의식해 공약을 남발하기보다는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는 약속만 하겠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김 후보는 스스로의 변화에 대해 "정부는 무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일 때는 항상 조심스러웠다"며 "주민들의 삶의 애환이 담긴 목소리를 듣다보니 자연스럽게 주민 속으로 파고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천이 늦어져 상대 후보에 비해 한 달 가량 늦게 왔지만, 주민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 후보는 강남을 지역에 대해 "강남하면 잘 사는 곳으로 유명한데 장애인과 관련된 시설은 제일 열악하다"며 "특히 개포나 수서 쪽은 정말 따뜻한 손길이 많이 필요한 지역임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지역을 돌아보니 아파트 수도에 녹물이 나오고 빗물이 세는 열악한 주거환경은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포주공4단지에서 만난 김유정(29·여)씨는 "TV에서 보니까 워낙 칼 같은 분이라 (국회의원도) 잘할 것 같다"며 "이렇게 살기 어려운 곳까지 찾아오는 것을 보면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유세차량에는 '경제영토를 넓혀 대한민국을 키우겠습니다'란 문구가 걸려있다. 김 후보는 "일각에서 FTA 추진을 놓고 나를 '매국노'라고 하면 무역업계와 경제계 종사자들은 전부 매국노라는 뜻"이라며 "수치와 데이터가 정당성을 증명해준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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