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4.11총선 정국이 거대한 '사찰풍(風)'에 휩싸였다. 국무총리실이 작성한 '민간인 사찰 보고서'가 이번 총선의 최대 뇌관으로 떠오른 것이다. 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 내용이 담긴 보고서가 공개된데 이어 청와대가 참여정부의 사찰 보고서를 공개, 대반격에 나서면서 전·현 정권의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여야 모두 자신들에게 불리한 내용은 축소하고, 상대방의 아픈 곳만 부각시키며 총선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팩트(사실)는 현 정부 들어 총리실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불법사찰을 해왔다는 점이다. 청와대는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에 대해 "참여정부도 다수의 민간인, 여야 국회의원에 대해 사찰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사실상 현 정부의 민간인 사찰 사실을 인정한 상태다.
또 KBS 새 노조가 공개한 2600여건의 총리실의 사찰 보고서 가운데 상당수는 참여정부 당시 작성된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야당에선 사찰 보고서 전부가 현 정부가 작성한 것처럼 침소봉대 했지만, 박영선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이 지난 30일 민간인 사찰 관련 기자회견에서 들고 있던 사찰 보고서는 '2007년 9월21일자'로 참여정부 당시 기록물이다.
전·현 정권이 모두 총리실을 통한 '감찰 혹은 불법사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찰 파문은 '불법 사찰 대 공식 감찰'을 둘러싼 정치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여권의 "참여정부 사찰론"에 맞서 야권에선 "물타기"라며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박영선 최고위원은 2일 오전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사건의 본질은 이명박 정권이 국민들을 뒷조사했다는 것"이라며 "MB정부 들어와 한 사찰은 대부분 불법감찰과 불법사찰로 제가 보기엔 100여건 정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참여정부 사찰 보고서는)대부분 다 공식적인 라인을 통해 보고된 공식문서"라고 해명했다.
새누리당은 현 정부와 선긋기를 통해 사찰 정국과 거리두기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사찰 파문과 관련한 특검 도입을 야당에 먼저 제안하는 한편,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인사에 대한 전현 정권의 사찰 피해를 부각시키는 '치고 빠지기'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제는 청와대 내부에서 어느 선까지 이것을 알았는냐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속시원하게 발표하는 것이 의문을 푸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찰 파문이 여야 정치공방으로 흘러가면서 총선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지연진 기자 gy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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