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연고지로 둔 두산은 많은 야구팬을 확보하고 있는 인기 구단이다. 선수단은 최근 5, 6년간 비교적 좋은 성적으로 뜨거운 응원에 보답했다. 우승컵은 들어 올리지 못했다. 막판 SK 등의 벽에 막히며 저력을 발휘하는데 실패,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래서일까. 지난 시즌 팀은 다양한 변수에 맥없이 흔들리며 하위권까지 내려앉았다.
추락은 곧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의 교체로 연결됐다. 김진욱 감독이 새 지휘봉을 잡았고 일본의 이토 쓰토무가 수석코치를 꿰찼다. 겉보기에 다소 어색한 조합. 그러나 김 감독은 “소통에 큰 문제는 없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이 만들어 낼 올 시즌 성적은 어떠할까. 정확한 예상을 내놓긴 어렵지만 두산이 좋은 성적을 내려면 그간의 ‘신사 야구’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전투적인 자세로 일본의 정보력을 이용한 철저한 ‘데이터 야구’, 상대의 약점을 파고드는 ‘현미경 야구’를 펼쳐야 한다.
글쓴이는 선수로 뛴 14년 동안 두산전 성적이 좋은 편이었다. 상대적으로 투수들이 약했다고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전혀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구위는 여느 투수진보다 빼어났다. 하지만 정면 승부가 다소 많았고 상대를 자극하거나 약점을 파고드는 경우도 거의 발견할 수 없었다. 흔히 야구 선수들끼리 주고받는 ‘착하고 순진한 야구’였다. 타선도 다르지 않았다. 위협적인 슬라이딩은 거의 없었고 상대 선수와의 마찰 역시 드물었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두산은 신사다운 야구를 펼쳐 안정된 전력을 유지하며 매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이유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고 본다. 두산은 상대를 철저하게 분석하는 김성근 감독의 야구 앞에서 늘 무릎을 꿇었다. 그간 잘못된 발자국을 남겼다는 뜻이 아니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필요가 있었다.
야구인으로서 두산의 야구 스타일은 매번 멋지게 느껴진다. 남자다운 플레이 속에서 구단의 상징인 곰 특유의 우직함이 드러난다. 하지만 스스로 잘하고 있다는 생각에 최고가 되기 위한 작은 준비에 다소 소홀한 것은 아닐까. 최근 코칭스태프 교체, 외국인 선수 계약 등의 지원 등은 바로 이 같은 문제에서 출발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새로 선수단을 조율하는 코치들은 현장의 필요한 정보를 보다 철저하게 분석해 전력을 가다듬고 있다. 프런트도 최고 구단으로 거듭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기분 좋은 변화다.
김진욱 감독의 ‘믿음 야구’와 이토 수석코치의 ‘현미경 야구’는 선수단에 얼마나 녹아내릴 수 있을까. 두 생각이 선수들에게 잘 전달된다면 두산은 분명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보여줄 것이다. 이는 올 시즌에 그칠 리 없다. 두 지도자가 얼마나 빨리 선수단을 파악하고 발전시키느냐에 향후 10년이 달렸다. 그래서 올 시즌 두산의 키워드는 변화와 성숙이다.
마해영 XTM 해설위원
스포츠투데이 이종길 기자 leemea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