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스코 지분 추가매입 원가 줄이기
-차량용 반도체 개발 '현대차전자' 설립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지난 17일 열린 현대자동차 이사회에서는 현대하이스코 지분 인수를 둘러싸고 토론이 벌어졌다. 일본 JFE스틸이 현대하이스코 지분 일부를 시장에 내놨는데 이를 현대차와 기아차가 매입하겠다고 나선 점이 토론의 단초가 됐다.
사외이사들은 '경영권이 안정돼 있는 상황에서 굳이 현대하이스코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게 타당한가'를 물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주가도 적절한데다 냉연 강판 수급 안정화 뿐 아니라 원가를 낮추는데도 유리하다"고 답변했다. 이사회에서는 이후 추가 논의를 진행한 후 지분 매입건을 승인했다.
현대차는 각각 주당 3만9100원에 260만주를 매입한다고 밝혔다. 기아차 역시 140만주를 매입하기로 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하이스코 지분은 50%에서 55%대로 올라서게 된다. 이미 절반 이상의 지분 확보한 상황을 감안할 때 추가 매입은 사실상 불필요한 것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대차와 기아차가 지분을 확대함에 따라 사업의 내부 결속이 높아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자체 조달하는 수직계열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가급적 외부 의존도를 낮춰 불필요한 낭비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수직계열화의 핵심이다. 자체 조달 비율이 높아질수록 원가는 낮아져 가격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현대하이스코 지분 매입 뿐 아니라 최근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가 출자한 가칭 '현대차전자'에서도 찾을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차량의 전자화가 뚜렷해지면서 차량용 반도체를 활용한 시스템 설계를 독자개발하기로 결정하고 법인을 설립했다. 정 회장은 최근 열린 현대차 주총에서 인삿말을 통해 "전자제어분야를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수직계열화는 정몽구 회장의 숙원이기도 하다. 현대제철 고로 완공과 함께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모토를 완성하기도 했다. 핵심 부품일수록 외부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정 회장은 최근 들어 독자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은 최근 최고경영진과 만난 자리에서 "연간 700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자체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되나. 기술의 자립을 실현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기술의 독립으로 외부 의존도를 낮추는 게 경쟁력을 갖추는데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현대차가 현대카네스 지분을 100% 확보한데 이어 보쉬와 합작으로 설립한 케피코의 지분 인수를 검토하는 것 역시 이 같은 생각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가 최근 세계 경제를 휩쓰는 불황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점 때문이다. 그룹 고위 관계자는 "현대ㆍ기아차는 원가경쟁력이 우수하다고 자부한다"면서 "이는 불황을 견딜 수 있는 원동력"이라고 언급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