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전 사산' 숨기려 아이 유괴한 여성 체포

7년간 사산사실 숨겨온 50대 여성, "초등학교 보내라"는 남편 성화에 못이겨 아이 유괴

[아시아경제 이상미 기자]7년 동안 아이를 사산한 사실을 남편에게 숨겨온 한 50대 여성이 거짓말이 들통 날 위기에 처하자 남의 아이를 유괴해 초등학교에 입학까지 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종암경찰서는 8일 아동을 꾀어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키우려 한 혐의(미성년자의 약취, 유인)로 김모(50ㆍ여)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남 양산에 살고 있는 김씨는 지난 3일 서울로 올라와 성북구 한 초등학교 근처에서 놀던 김모(5)군에게 접근해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으러 가자. 맛있는 것을 사주겠다"고 꾀어 양산에 있는 자신의 집에 데려간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씨는 2005년 현재 남편과 재혼해 임신한 태아를 사산하고도 아이를 낳아 다른 곳에 맡겨뒀다고 속여 왔으나, 최근 남편이 "아들을 빨리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라"고 독촉하자 이 같은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김군에게 2005년 출생신고를 한 아이의 이름을 지어주고, 양산의 한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학급 배정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에게 특별한 정신병력은 없었으나 아이를 입학시키라는 남편의 요구가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김군은 별다른 저항 없이 김씨를 잘 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건 발생지역 주변에서 김씨가 김군을 유인해 이동하는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를 확보하고 김씨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김씨의 거주지 인근에서 그를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