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암 세포 성장에 필요한 에너지를 약물로 차단해 항암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세브란스병원은 이 병원 정재호 외과 교수가 미국 MD앤더슨 암센터와 공동으로 당뇨병치료제 '메트포르민'과 당대사 억제물질인 '2-디옥시글루코스'를 같이 투여하며 동물 실험을 한 결과, 암세포가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고 23일 밝혔다.
교수팀에 따르면 암세포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로 포도당을 외부에서 흡수하는데, 메트포르민은 암세포 내 에너지를 발생시키는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를 생성하지 못하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2-디옥시글루코스는 포도당처럼 쉽게 암세포 속으로 들어가지만 에너지로 만드는 대사 작용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동물 실험 결과를 보면 암에 걸린 생쥐에 두 성분을 함께 투여한 뒤 21일이 지나자 종양의 크기가 아무것도 투여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48% 수준으로 작아졌고, 종양의 무게도 대조군 대비 55% 이상 줄어들었다.
정재호 교수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표적 치료제가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 변이를 타깃으로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내성이 발생되는 문제점이 있었다"면서 "이번 연구 결과는 이제까지의 항암전략과는 완전히 차별화되는 신규 표적으로, 향후 종양에너지 대사를 타깃으로 하는 표적치료 연구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발간하는 항암제 전문 저널인 '분자종양치료'(Molecular Cancer therapeutics) 최신호에 하이라이트 연구 성과로 소개됐다.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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