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그리스 여전히 넘어야 할 산 많아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15초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그리스 2차 구제금융 합의가 이뤄졌지만 시장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다. 2차 구제금융이 그리스 부채위기의 최종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리스가 2차 구제금융의 조건인 긴축 조치들을 이행하지 못해 2차 구제금융도 제대로 이행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21일(현지시간) 12시간여에 걸친 마라톤 회의 끝에 현재 164%를 웃돌고 있는 그리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2020년까지 120.5%로 낮춘다는 목표 아래 1300억유로의 2차 구제금융을 집행하기로 합의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의장은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통해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광범위한 합의가 이뤄졌다"며 "이번 합의로 그리스 부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축안 이행여부 의구심 여전= 하지만 주요 외신은 유로존 안팎에서 여전히 그리스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고 약속했던 긴축안들을 이행하는데 실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그리스 2차 구제금융 조건이 까다로워졌음을 지적하며 1차 구제금융 때 그리스가 긴축조치들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로이카의 신뢰가 깨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FT에 따르면 그리스는 내달 1~2일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전까지 공무원 감축, 뇌물 수수에 대한 규정 강화, 6월 이전까지 최소 2개 이상의 국영 기업 매각 준비 등 10여개의 사전조치들을 선행해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수년간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적 불안이 높아진 그리스가 긴축안을 이행하고 부채를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긴축안을 추진했던 그리스 사회당과 신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은 각각 13.1%, 19.4%를 기록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독일, 핀란드 등과 함께 그리스 구제금융에 가장 냉소적이었던 네덜란드의 얀 케이스 드 예거 재무장관은 "우리는 지난 2년간 그리스가 몇 차례 (긴축 이행에서) 벗어나는 것을 봐왔다"며 "그리스의 경우 이행 관련 리스크가 매우 높다"고 꼬집었다. 유로그룹도 그리스가 긴축안을 이행하지 못 하는 것에 대비해 에스크로 계좌를 통해 구제금융을 집행키로 했다. 긴축안 이행이 만족스럽지 않으면 자금 집행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간 채권단 손실비율 높아져= 이번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합의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과 각국 중앙은행은 보유한 그리스 국채에 대해 어떠한 손실도 감수하지 않기로 했다. 이들은 2020년까지 그리스 국채에서 발생한 수익만 포기해 그리스 정부에 되돌려주기로 했다. 이번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가 유로시스템(ECB와 각국 중앙은행)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신 민간 채권단에 손실 부담을 떠넘겼다.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의 헤어컷(순자산가치 평가절하) 비율이 당초 합의한 50%에서 53.5%로 높아진 이유다. 민간 채권단은 이를 통해 약 1070억유로 규모의 그리스 부채를 탕감해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질적으로 민간 채권단이 감당해야 할 손실 규모는 최대 74%에 이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민간 채권단을 대표해 그리스 정부와의 채무 교환 협상에 참여했던 찰스 달라라 국제금융협회(IIF) 회장은 헤어컷 비율에 대해 "전례가 없던 자발적 부채 삭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채권단이 막대한 손실을 떠안아야 하지만 다수의 긍정적 측면들이 있었다"며 "손실을 감당하고 있다(they are contained)"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민간 채권단이 자발적 부채 삭감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리스는 '집단행동조항(CAC)'을 통해 모든 채권단에 부채 탕감을 강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간 채권단 중 일부 헤지펀드들은 이미 이러한 부분에 대해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MF 기여 규모는= 국제통화기금(IMF)의 기여 규모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1차 구제금융 때 3분의 1 가량을 분담했던 IMF는 2차 구제금융에서는 기여 규모를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IMF가 10분의 1에 불과한 130억유로를 신규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IMF가 3월 둘째주에 기여 규모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에는 아직 1차 구제금융 1100억유로 중 340억유로 중 미지급 상태이며 이중 IMF가 지원해야 할 규모는 100억유로다.


독일과 핀란드 등 일부 유로존 의회에서 그리스 구제금융에 대한 지원안을 무난히 통과시킬지 여부도 변수로 남아있다. 독일 하원은 오는 27일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에 대해 논의하고 표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독일 정치권에서는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다만 현 상황에서는 논란은 있겠지만 독일 의회가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핀란드 의회도 진통은 있겠지만 다음주에 그리스 구제금융 지원에 동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FT "3차 구제금융도 준비해야"= FT는 칼럼을 통해 투자자들은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을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차 구제금융의 실체는 상황이 어려워지면 3차 구제금융이 있을 것임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 시장 관계자들이 결국 이번 2차 구제금융은 그리스의 최종 부도를 단지 지연시킨 것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핌코에서 유럽 자산 운용 부문 대표를 맡고 있는 앤드류 볼은 "모든 것이 (그리스 부채 축소를) 믿게끔 만들기 위한 것들일 뿐"이라고 폄하했다. 이어 볼은 "어느 누가 그리스 부채가 지속가능한 숫자가 될 것이라고 실제로 믿겠느냐"고 반문했다.


투자자들은 지리했던 유로존 재무장관들의 2차 구제금융 협상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에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미국 다우 지수는 리먼브러더스 붕괴 후 처음으로 1만3000선을 넘었지만 안착에 실패하며 오히려 0.12% 오른 1만2965.69로 거래를 마쳤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 증시는 모두 하락마감됐다. 그리스의 아테네종합지수는 3.47% 급락마감됐다.




박병희 기자 nu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