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지성 기자]삼성전자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SMD)와의 합병을 사실상 인정했다. 하반기께로 예상됐던 시기도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7일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사업시너지 제고 차원에서 SMD와 합병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사실무근"이라고 공시 한 것에 비춰보면 사실상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특히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혹은 3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설명한 점이 주목된다. 합병이 상반기 중 진행될 것이라는 의미다. 이날 삼성전자의 답변은 지난해 8월처럼 사실무근이라고 공시하면 6개월 이내 합병을 추진할 수 없다(공시법 위반)는 관련법을 고려한 것이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예상외의 답변이 공시됐다고 평가받고 있다.
SMD는 설립 당시부터 삼성전자와 합병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특히 지난해 삼성LED와 삼성전자의 합병이후 SMD의 합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SMD가 삼성전자와 사업이 겹치는 분야가 있고 투자 재원 확충도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더불어 권오현 삼성전자 DS 총괄 부회장 체제가 확립된 이래 통폐합을 통한 부품사업의 재편 구도가 명확했다는 점이 합병 시기를 앞당긴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SMD는 그룹 차원에서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육성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모바일 부문에서는 이미 세계 시장의 98%를 차지할 만큼 주도적인 위치를 확보했고 내년 55인치 OLED TV를 시작으로 대형 시장으로도 차츰 영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문제는 이런 행보가 삼성전자와 중복되는 영역이 있고 OLED 사업이 대형으로 넓어질수록 구분이 더 애매해진다는 점이다. 삼성전자가 대형 디스플레이를, SMD가 모바일을 담당한다는 것이 당초 방침이다. 하지만 TV부문의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밀고 있는 OLED를 SMD에서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대형 부문도 현재 SMD가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당초 OLED 개발을 삼성SDI가 주도해 왔다는 점에서 구획 정리도 필요하다.
또한 SMD의 투자 재원 부족도 삼성전자로의 합병을 부추기는 요소다. SMD는 지난해 11월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충남 탕정의 OLED A2라인 P-3 증설에 투입했다. 당시 SMD의 투자는 일차적인 것으로 올 상반기까지 이번 증설 분의 세배 가량의 설비 투자를 P-3라인에 투입할 예정이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OLED를 태블릿PC에도 채용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 P-3 외에 생산 능력 추가 확보가 절실하다. 올해도 1조원 증자와 1조5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을 검토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추가적인 자금 수혈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합병을 하게 된다면 삼성전자가 SMD 유증 참여 등을 통해 지분을 최대한 늘린 뒤 잔여 지분을 삼성SDI에게 인수 받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 올해 예정돼 있는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삼성전자 단독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2대 주주인 삼성SDI는 삼성전자로 넘겨받은 태양광 사업에 대한 투자 여력도 충분치 않아 SMD 지분을 매각한다면 태양광과 배터리 사업에 대한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eon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