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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초한지>, 밥벌이의 고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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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초한지>, 밥벌이의 고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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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초한지> 11회 SBS 밤 9시 55분
<샐러리맨 초한지>는 조직의 생리를 그대로 까발린다. 샐러리맨들이 백여치(정려원)나 진시황 회장(이덕화)에게 꼼짝 못하는 모습을 그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효율성의 원칙에 따라 원가 절감을 위해 천하그룹 인천공장이 폐쇄되고 그 기능이 베트남공장으로 이전되는 것이나, 일괄 사표를 걸고 진행된 팀별 프로젝트 대결에서 전략사업부 조직원 대부분이 승산 높은 최항우(정겨운)에게 줄을 서는 모습 등은 조직이라는 곳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면밀히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작품은 조직과 개인 모두가 원하는 것이 ‘생존’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한다. 천하그룹도 적자폭을 줄여 살아남아야 하고, 조직원들 또한 가족들 혹은 자신을 위하여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약자인 개인의 생존권은 쉽게 무시된다.


<샐러리맨 초한지>의 미덕은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 ‘먹고 사는 문제’, 즉 밥벌이의 중요성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것이다.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천하그룹에 입사한 항우나 경영권을 노리는 비서실장 모가비(김서형)보다, 평범한 유방(이범수)이 주인공일 수밖에 없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유방은 어머니가 매번 약값을 걱정해야 할 만큼 어려운 형편이고, 그래서 ‘해고는 살인이다’라고 외치는 인천공장 노동자들과 공감하고 연대할 수 있다.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가족이 있고 나처럼 생계를 꾸려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모두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유방이 공장장 부당 해고 반대 1인 시위를 하거나, 공장장이 만든 신제품의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장면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하여, 평범한 샐러리맨이 조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는 <샐러리맨 초한지>는 주인공의 뛰어난 능력에 기댄 영웅담이 아니다. 다 같은 노동자임을 쉽게 잊고 사는 우리를 일깨워줄 이야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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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아시아 글. 황효진 기자 seven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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