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담임제, 일진지표 개발 등 새로 도입..피해학생 '보호'에 집중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정부가 6일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발표한 '학교폭력근절 종합대책'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학교폭력 당사자인 피해·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강화, 학교 및 학부모의 책임 의무화 등 직접적인 대책과 더불어 인성교육 강화라는 근본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복수담임제, 일진지표 개발, 학부모소환제 등이 새로 도입됐다. 논란이 됐던 형사처벌 연령을 만 14세 미만에서 만 12세로 낮추는 방안은 이번 대책에 포함되지 않고 '계속 논의과제'로 분류됐다. 게임중독 예방과 관련해서는 당초 예상됐던 셧다운제 시간과 대상연령 확대, 게임업체 책임 강화 등의 강도 높은 대응에서 한 발 물러나 '쿨링오프제(cooling off)'를 도입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담화문을 통해 "이번 대책은 종래처럼 학교만의 대책이 아니라 학부모와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참여하는 대책"이며 "긴 안목에서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한 내용도 같이 포함했으며, 무엇보다 교권을 강화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 학교폭력 은폐한 학교장·교사 엄중처벌..복수담임제 도입 = 이번 대책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폭력 발생 시 사안에 따라 가해학생에 대해 즉시 출석정지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보복 폭력, 집단 폭력, 폭력 행사로 상해를 입힌 경우 등이 해당된다.
학교폭력을 은폐하는 학교에 대한 처벌도 강화한다. 학교폭력을 숨기려다 발각된 경우, 학교장 및 관련 교사에 대해서는 금품수수, 성적조작, 성폭력범죄, 신체적 폭력 등 교원공무원의 4대 비위 수준에서 징계한다. 현재 4대 비위로 인해 징계를 받으면 짧게는 1년, 길게는 2년간 승진이 제한된다.
올해부터 중학교를 우선으로 복수담임제를 도입하고 내년에는 고등학교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학생 수가 많거나 업무 부담이 많아 담임이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적절히 할 수 없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정담임은 전체적인 학급 관리를, 부담임은 학생 관리를 맡는 식이다.
담임은 매학기 1회 이상 학생들을 일대일로 면담하고, 결과를 학부모에게 알려야 한다. 학교폭력에 대한 징계사항도 3월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한다. 지난해 883명이었던 전문상담교사는 올해는 500명, 내년에도 1000명 가량을 추가로 배치한다.
◆ 피해학생 보호 우선..가해학생은 '재활'치료 = 학교폭력의 당사자인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에 대한 조치도 강화된다. 피해학생에겐 신속한 보호 조치와 치유 지원을, 가해학생에겐 엄격한 조치 및 재활치료를 추진한다.
우선 피해학생이 학교폭력을 신고해도 처리기간이 길어 2차 피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 처리기간을 단축하고 신분노출을 최대한 방지한다. 또 피해학생이 요청하면 상급학교 진학시 가해학생이 같은 학교로 배정되지 않도록 분리 조치를 취한다.
피해학생의 심리적 고통을 덜기 위해 치유 프로그램도 지원한다. 심리상담, 일시보호, 치료를 위한 요양 등에 소요된 비용은 학교안전공제회가 우선 부담하고 후에 가해 학생 부모에게 구상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가해학생에 대해서는 위 스쿨, 청소년 비행예방센터, 시·도 학생 교육원, 민간기관, 직업훈련 기관 등을 활용해 재활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가해학생에 대한 심리치료는 학부모 동의 없이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며, 특별 진로교육도 병행한다.
또 가해학생의 학부모도 자녀가 받는 특별교육을 함께 이수받아야 한다. 학교폭력의 책임을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지기 위해서다. 학부모가 이에 불응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학생들의 답변을 기초로 일진지표를 개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초중고교 각 학교별로 무기명 표본조사를 실시해 일정 점수 이상이 나오거나 동일 학교에서 일진 신고가 2회 이상 들어오는 경우는 일진 경보를 작동해 전문가들이 개입한다.
◆ 학생 '인성'도 대입에 반영 = 올 1학기부터 학교생활기록부에 학생의 인성발달 관련 특기사항도 세분화해 기록된다. 배려, 나눔, 협력, 타인 존중, 갈등관리 등이 평가항목으로 향후 대입에 반영된다. 입학사정관 전형의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에' 인성항목'을 신설하고, 인성을 갖춘 인재선발을 잘하는 대학에 지원을 강화한다.
인성교육은 학교단계별로 강화한다. 3~5세 누리과정부터 바른생활 습관을 익히도록 하고, 이를 모범으로 실천하는 '바른 인성 우수 유치원·어린이집'을 280개 선정한다. 선정된 각 기관에는 3년간 500만~1000만원을 지원한다.
중학교는 체육수업시수를 주당 2~3시간에서 주당 4시간으로 50% 확대한다. 현행 체육 과목 외에도 '학교스포츠클럽' 과목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하도록 하며, 모든 중학생이 농구, 축구, 요가 등 학교스포츠클럽에 1개 이상 가입해야 한다. 지난해 가입률은 40.7%였다.
각 학교마다 학생, 학부모, 교사가 협의해 학생생활규칙을 만든다. 학생생활규칙은 올 8월까지 제·개정해 2학기부터 적용한다. 그러나 학생생활규칙이 서울, 경기 등의 학생인권조례와 충돌할 시 우선적으로 무엇을 따를지 혼란이 초래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인터넷 게임 '쿨링오프제' 도입 =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게임에 청소년들이 장시간 노출되는 것을 막고자 쿨링오프제 도입이 추진된다. 쿨링오프제가 도입되면 게임 시작 후 2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게임이 종료된다.
형사처벌 연령을 만 14세에서 만12세로 낮추는 방안은 '계속 논의 과제'로 분류,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형법상 만 14세 미만인 형사처벌 연령을 만 12세로 낮추는 방안은 최근 중대한 미성년자 범죄 사건이 저연령층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점을 들어 일각에서 주장해왔다.
그러나 미성년자에 대한 형벌보다는 교화가 세계적 추세이고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도 형사책임 연령을 오히려 높일 것을 권고하는 등의 상황을 감안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한 과제로 분류됐다.
조민서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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