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 칼 쥔 11인 면면을 보니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한나라당의 새 간판을 달고 4.11총선에 나설 현역, 예비후보들의 명줄을 쥔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11명의 인선이 31일 최종 확정됐다. 11명 중 외부인사 8명은 모두 정치에 경험이 없는 인사로 채워진 파격적인 인사였고 위원장,부위원장은 모두 대쪽같은 원칙을 지켜온 율사 출신들이다. 내부 인사는 친박(친박근혜)계의 핵심인사가 전면 배치됐다. 당 안팎에서 이런 진용이 가져올 결과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에서는 외부인사 8명과 국회의원 3명 등 11명의 공추위 구성안을 의결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공천에 대해 "국민의 시각에서 지역 주민이 '이런 사람이 한나라당 후보가 됐으면 좋겠다'고 할만한 분을 뽑는 것을 최우선의 방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고 황영철 대변인이 전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어 "공천은 정치쇄신의 핵심"이라며 "공추위원들이 어떤 사람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한 지를 잘 선택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추위는 비례대표 후보까지 추천하며 과거의 비례대표 공추위의 역할까지함께 하게 된다. 비대위와 황영철 대변인의 인선배경을 종합해보면 정홍원 위원장은 대한법률공단 이사장을 역임했고 취약계층을 위한 법률구조와 법률서비스 사각지대 해소에 크게 기여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있을 때에는 매니페스토 선거운동방식을 도입한 바 있다. 검사 시절, 각종 권력형 비리와 굵직한 사건들을 해결하면서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강직한 성품으로 정평이 나 있다. 중앙선관위에서의 경험을 살려 공천위가 철두철미하게 원칙과 기준에 입각한 공천을 해나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종섭 부위원장은 현재 서울대 법대학장과 법학전문대학원장을 맡고 있는 우리나라 헌법학 분야의 권위자다. 평소 사법개혁을 비롯해서 우리 사회 각 분야에 대해 점진적이면서도 강력한 개혁을 주장해왔다. 소신 있고 꼿꼿한 성품으로 정평이 높은 만큼, 과감하고도 공정한 공천개혁을 하는데 큰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가 크다.

외부위원 가운데 한영실 숙명여자대학교 총장은 숙명여자대학교 최연소 총장으로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총장으로서 뛰어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대위는 평가했다. 특히 전국의 '건강밥상' 바람을 불러일으킨 주인공으로 국민들의 건강을 위해 언론에서 활발한 활동을 해와 국민들에게도 친근하고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와 젊고 혁신적인 인재발굴에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승오 KAIST교수는 항공우주공학분야 최고의 전문가로, 과학기술계를 대표해서 뽑혔다. 30년 동안 카이스트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펼치면서 후학을 양성했고 과학기술 경쟁력 강화와 과학 대중화를 위한 노력을 펼쳐왔다. 당이 과학기술과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만들어주시고 이공계 출신의 창의적인 인재를 발굴하는 데 큰 역할이 기대된다.

정동극장 극장장과 경기도 문화의전당 사장을 지낸 홍사종 '미래상상연구소' 대표와 공연예술계 권위자인 박명성 신시뮤지컬컴퍼니 대표가 포함된 것은 문화강국에 대한 박 비대위원장의 평소 의지가 반영됐다. 서병문 중소기업중앙회 수석부회장이 공심위원으로 꼽힌 것은 현 정부의 대기업 중심 경제정책과 결을 달리해 중소기업 육성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내부 인사 중 권영세 사무총장은 중립 성향이었지만 최근 박 비대위원장의 측근으로 자리매김한 인사이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현기환 의원은 친박 핵심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비례대표인 이애주 의원은 18대 초기에는 친이(친이명박)계로 꼽혔지만, 지금은그 색채가 거의 없다. 이 의원은 지난 74년 8월15일 박 비대위원장의 어머니인 육영수 여사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총탄에 맞은 뒤 서울대 병원으로 옮겨졌을 당시, 수간호사로 육 여사의 수술 장면을 지켜본 '인연'이 있다.

한편, 한나라당은 현역의원 지역구 25% 공천배제를 확정했다. 지역구 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경쟁력(50%)과 교체지수(50%)에 대한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한 뒤 이 기준에 따라 하위 25%의 현역 의원을 공천에서 원천 배제하게 된다.

지역구 공천방식은 개방형 국민경선 80%와 전략공천 20%로 나눠한다. 기본적으로 지역구가 245개이기 때문에, 전략공천이 49개가 되고 국민경선지역은 196곳으로 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지역구 의원 144명 가운데 불출마 선언자 8명을 제외한 136명중 34명은 공천 자체를 신청하지 못하게 되며 지역구 전략공천과 경선 탈락자 등을 감안하면 현역 중 최대 50%가량이 물갈이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