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비리 직원을 감쌌다는 의혹으로 퇴진 압박을 받아 온 대한축구협회 김진국(61) 전무이사가 사퇴를 결정했다.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던 대한축구협회노동조합(이하 노조)도 하루 만에 사태를 무마했다.
노조는 김진국 전무의 사퇴 소식이 전해진 27일 낮 “전무이사의 사퇴 결정을 수용한다”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태 해결 때까지 예고했던 점심 시위도 전면 중단했다. 들끓는 의혹과 논란 속에 집안싸움으로 번지는 것 같던 격한 분위기는 김 전무의 퇴진과 함께 다시 잠잠해졌다.
지난 26일 노조는 “축구협회 직원 A씨가 지난해 11월 축구용품을 훔치려다 적발됐고 사건 조사 과정에서 2009년부터 법인카드 사용액에 따라 환급되는 기프트 카드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등 총 2489만원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축구협회가 A씨를 형사고발하기는커녕 권고사직 처분과 함께 1억 5천만 원의 퇴직금과 위로금까지 지급했다”고 폭로했다.
이 과정에서 “협회 행정 실무 총책임자인 김진국 전무가 인사위원회 개최를 고의로 지연하고 징계 조사에도 부당 개입을 수차례 하는 등 납득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언론보도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조중연 회장은 26일과 27일 두 차례 긴급회장단 회의를 개최하고 대책을 강구했다. 결국 김진국 전무가 이날 오전 “한국 축구 발전이나 축구협회의 단합에 누가 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었다”며 사퇴 의사를 공식 발표했다. 김 전무는 이어 “비리 행위 직원을 감싸거나 관련 사건의 조사를 방해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손성삼 노조위원장은 “책임자 퇴진을 요구했던 노조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 받아들여 집단행동은 더 이상 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면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사과와 해명이 없는 것은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형사고발까지 거론하던 노조는 강경 노선에서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손성삼 위원장은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소통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이다. 회장으로부터 같은 지시를 받고도 인사위원장, 노조위원장과 달리 김진국 전무만이 독단적인 행보를 보였다”며 “유례없는 일이었지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앞으로는 대화와 합의로 원만하게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비리 직원의 형사 처벌 문제와 관련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손 위원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가 있었다. 노조는 책임자 문책에 중점을 두고 사태를 지켜봐 왔다”며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감시와 견제를 게을리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축구협회 측은 횡령 및 절도 비리를 저지르고도 거액의 위로금을 받고 퇴사한 협회 직원 A씨에 대해선 "처벌 등 협회 차원의 추가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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