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수출 증가가 대일역조 확대로 이어지는 공식이 깨졌다.
1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수출은 사상 최초로 5000억달러를 돌파했음에도 이례적으로 대일 적자가 지난해 1월~11월 중 전년동기에 비해 65억달러나 감소했다.
이는 대일 수출이 급증(전년동기비 41.3% 증가. 20여년만의 최고 증가율)한데 따른 것으로 리먼 쇼크 이후 해외 아웃소싱을 천천히 늘려가던 일본기업들이 '대지진'과 '초엔고'라는 예상치 못한 악재를 동시에 겪게 되어 한국 제품 구매에 불씨를 당긴 것으로 보인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이날 '2011년 대일적자 분석 및 2012년 전망' 자료를 통해 지난해 대일 수출이 증가해 대일 적자가 개선된 점에 대해 질적으로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했다. 지난 1998년 IMF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세계 수출 부진' → '국내 투자 위축' → '대일 수입 감소' → '대일 적자 감소'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과거 두 차례 적자가 감소했던 때는 둘 다 자본재 분야에서 적자가 개선됐는데 지난해(1월부터 11월까지)에는 원자재 분야에서 적자폭이 크게 개선됐다. 대일 수출 1위 품목인 석유제품이 일등 공신으로 기간 중 130.5%나 급증하며 대일 전체 수출에서 5분의1 이상을 차지했다.
품목별로는 지난 2010년 같은 기간 대일 적자였던 건설광산기계, 합성고무, 조명기기, 공기조절냉난방기기, 음향기기, 사무기기 등 다수의 기계 품목들이 2011년 같은 기간에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조명기기와 공기조절냉난방기기, 음향기기의 경우 최근 10년간 줄곧 적자를 기록했던 품목이다.
한편 지난해 1월~11월 부품소재의 대일적자는 207억달러로 전체 대일적자(264억달러) 중 78.5%를 차지,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대일 전체 수입 중 부품소재 비중이 58.2%로 여전히 높은데 이는 지진과 엔고에 따른 수입가격 상승 등의 악재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에게 있어 부품소재 만큼은 'only Japan'이 아직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기임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2012년에는 대일 원자재 수출이 다소 둔화되는 반면, 절전관련 및 발전설비, 자동차 부품 등 자본재 분야와 식품, 패션, 이미용제품 등 소비재 분야에서 수출 증가가 예상된다"며 "우리 정부는 2012년에는 대세계 수출 확대=대일 적자 확대라는 연결고리를 확실하게 끊겠다는 목표 아래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일 수입 감소 보다는 대일 수출 확대를 위한 지원책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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