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조성 맞먹는 비용 불구 비즈니스 활용, 골프회원권 가치도 업(↑)
[아시아경제 손은정 기자] 골프장의 얼굴은 과연 코스일까, 클럽하우스일까.
골프장의 등급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무래도 코스가 우선이다. 세계 100대 골프장 순위도 결국 코스에 의해 결정되고, 클럽하우스는 가산점을 매기는 데 작용하는 정도다. 한국은 그러나 좀 다르다. 골프장의 출발점이 비즈니스를 위한 사교의 장이었고, 그래서 가중치가 부여된다. 프라이비트클럽의 경우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중시하고, 불황에도 클럽하우스에 투자하는 이유다.
▲ 무조건 달라야 한다= 클럽하우스에 몇 백억원의 엄청난 투자를 하던 시기가 있었다. 18홀 코스를 조성하는데 필요한 돈과 맞먹는 금액이다. 화려하게, 또는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 유행처럼 번진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5억원이 넘는 고가회원권이라도 분양만 하면 불티나게 팔리던 시절이다.
담양다이너스티 클럽하우스는 몇 년 전 드라마에도 나와 인기몰이를 했다. 유럽의 대저택이 콘셉트, 건물 내부는 고전적이다. 조각상과 샹들리에 등 유럽에서 수집해온 앤티크 제품들이 120여점에 달했다. 레인보우힐스 역시 개장 전부터 클럽하우스 홍보에 열을 올렸다. 미국의 유명 건축회사에서 디자인을 맡았고, 라커룸에는 피카소와 샤갈의 값나가는 판화가 걸려있을 정도다.
해슬리나인브릿지도 독특하다. 화려함은 제주 나인브릿지와 비슷하지만 제주의 폐쇄적인 이미지와 달리 밝고 자연친화적인 이미지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과 이탈리아 등의 각종 건축대상에서 나무 기둥이 꽃을 피우는 듯한 형상이라는 소개와 함께 수차례 입상했던 입상한 '건축 작품'이다.
아난티클럽서울은 골퍼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고급 레스토랑으로 활용할 정도로 명물이 됐다. 지상에서 6m 아래인 숲속에 자리 잡아 아늑하고, 밖에는 휴양지 리조트처럼 수영장도 만들었다.
계열사인 힐튼 남해의 클럽하우스도 예술이다. 외관만 화려한 게 아니라 예술 콘텐츠와 접목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제주 핀크스는 이왈종 화백의 작품을 응용해 화제가 됐고, 오크밸리는 클럽하우스 옆에 조각공원을 조성해 헨리 무어 등의 유명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 서비스 강화에는 필수, 과도한 투자는 글쎄(?) = 사실 엄청난 불황이라는 지금도 대부분의 골프장들은 클럽하우스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 서서울과 양주 등 이번 겨울 휴장 기간동안 개보수에 들어간 곳도 적지 않다. 중앙은 에머슨으로 개명한 뒤 아예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있다. 코스리노베이션, 클럽하우스도 대공사를 시작했다. 송추도 리모델링 중이다.
클럽하우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신현찬 에이스회원권거래소 애널리스트는 "회원권의 가치를 올리고, 서비스 강화를 통해 차별화를 이루겠다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최근 장기적인 침체의 늪에 빠져 큰 변동이 없는 회원권시장에서 시설 투자를 통해 상대적으로 골프장의 가치를 높이면서 수요자들에게도 신뢰감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골프장 측으로서는 겨울 공사가 비수기를 활용한다는 메리트도 있다. 전면 휴장을 하지 않고 최고 50%까지 그린피를 깎아주면서 오히려 입장객 유치에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골퍼들은 "투자비용만큼 회원권 값이나 그린피가 올라갈 것"이라며 "결국은 수요자에게 부담이 돌아간다"고 지적하고 있다. 과도한 투자보다 차별화를 위한 효과적인 투자가 필요한 까닭이다.
손은정 기자 ej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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