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소값 폭락했는데
음식점 고깃값 왜 안내릴까
가격에서 원재료 비중이 워낙 낮아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농민들은 소 값이 폭락해 아우성인데, 고깃집의 쇠고기 값은 요지부동이다. 왜곡된 유통구조가 거론되면서 비난의 화살은 쇠고기를 파는 음식점 주인에게로 향하고 있다. 쇠고기 집이 폭리를 취하기 때문에 음식점의 쇠고기 값이 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언론보도는 얼마나 진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11일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큰수소(600kg)의 3등급 기준 전국 가축시장 평균 가격은 274만원으로 1년 전 422만원에 비해 35%가량 떨어졌다. 1~2등급 소 값도 최근 1년 새 10~25% 가량 빠졌다.
그런데 고깃집 메뉴판엔 이같은 현실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복잡한 유통구조, 특정 부위에 집중된 소비 형태 등 여러 문제점이 있지만, 무엇보다 음식점 쇠고기 가격 구성 요소 중 원재료인 쇠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작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작성한 '쇠고기 음식점 매출액 구성비'를 보면, 식당에서 쇠고기 1인분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 중 원재료(쇠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35%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65%는 임대료, 인건비 등 부대비용이다. 이 부대비용(65%)엔 인건비(22.5%), 부재료(15.5%), 식당이윤(15%), 임대료(5%) 등이 포함돼 있다.
수입육을 파는 곳을 제외한 대부분의 쇠고기 음식점에선 한우 1등급 이상(1, 1+, 1++)의 고기를 주재료로 사용한다. 그러나 이들 1등급 한우의 가격은 1년 전과 비교해 채 10%도 떨어지지 않았다. 한우 산지 가격이 10% 내렸다하더라도, 음식점에 표기된 쇠고기 1인분 가격은 3.5%(35%*10) 밖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얘기다. 음식점 입장에선 1인분에 5만원인 쇠고기값의 3.5%, 1750원만이 내릴 여지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들은 부대비용을 포함한 물가 상승의 이유를 들어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 청담동 소재 한 음식점 주인은 "이 지역 식당에서 쇠고기 등심 1인분 가격이 보통 5만원 정도인데, 이 중 쇠고기 원가 비중은 35%안팎에 불과하다. 산비 소 가격이 10~20% 떨어져도 음식점의 쇠고기 가격은 3~6% 밖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부대비용은 물가 상승으로 10% 넘게 올랐다. 소 값이 조금 내렸다고 쇠고기 값을 바로바로 내릴 수는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따라서 산지 소값이 크게 하락했다는 뉴스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쇠고기 가격이 내린 것을 체감하기 힘들다. 소비자들이 쇠고기 값이 내려갔다는 것을 느끼려면, 1등급 한우의 가격이 30% 정도는 떨어져야 한다. 이럴 경우 음식점 쇠고기 값은 10% 가량 내려간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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