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정상화 혼자만의 공 아니다"
스톡옵션 5만주 권리행사 않고 130억원 현대건설에 환원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50여년간의 직장생활에 이어 인생의 마지막 소명으로 공직자의 길을 걷고 있는데 무슨 욕심이 있겠나. 깨끗하게 정리하고 본분에 집중하겠다."
이지송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30억원 상당의 큰 돈 앞에서도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 사장은 지난 2005년말 채권단에서 받은 현대건설 자회사, 현대엔지니어링의 스톡옵션 5만주의 권리행사를 포기했다.
포기한 시점은 지난 12월23일. 정수현 현대건설 총괄사장과 김위철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게 스톡옵션 권리 불행사 의사를 문서로 전달했다. 이 사장의 스톡옵션 권리행사 기간이 12월27일까지였으니 미리 뜻을 세우고 실행에 옮겼던 것이다.
이 사장은 앞서 기자에게 이런 의사를 차분하면서도 담담하게 털어놓으며 "시끄럽게 공개적으로 포기하는 모양새는 싫다"면서 극구 공표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힘겨웠던 현대건설 시절 함께 경영정상화를 일군 사람들의 땀방울이 담겨 있는 자산인 만큼 포기한 권리가 회사의 발전을 위해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이들을 위해 값지고 뜻있게 쓰이기를 바란다"는 마음에서였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 정상화는 혼자만의 공이 아니었기에 그 공을 나눈다는 의미에서 10만주 중 5만주를 임원들에게 부여하고 5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며 "나머지 5만주에 대한 행사 포기에는 3500여 현대건설 임직원들이 함께 권리를 공유해야 한다는 신념이 있었는데 LH 사장이라는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되면서 더욱 확고해졌다고"고 털어놓았다.
일각에서는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스톡옵션을 현금화해 장학재단을 만들거나 사회에 기부하는 방안을 건의하기도 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하지만 좋은 뜻이라도 권리를 행사하는 순간 공직자로서의 윤리가 땅에 떨어질 수 있다는 신념을 굽히지 않았다. 이 사장의 이런 뜻은 확고했으나 가족까지 나서 결단에 힘을 보탰다. 미국에 체류중인 딸까지 찾아와 '조건없는 권리포기'를 선택하기를 요청했던 것이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건설업계 원로로서 건설산업 발전을 이끌어온 이 사장의 인간적인 면에서도 모범적인 모습을 보인데 대해 적극적인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고현무 대한토목학회 회장(서울대 교수)은 "쉽지 않은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싶다"면서 "새로운 기업인의 표상이자 본보기를 보여준 셈이며 배워야 할 자세"라고 말했다.
한편 이지송 사장이 이끌고 있는 LH는 지난해 부동산경기 불황과 금융시장 불안에도 토지ㆍ주택 판매실적을 전년도 16조원보다 6조2000억원이 높인 총 22조2000억원을 달성하는 실적을 보였다. 대금회수실적도 16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5% 증가하며 재무상태 개선의 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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