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새해 벽두부터 출발이 좋다. ‘베이비 지’ 지동원(선덜랜드)이 강호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천금 같은 결승골을 터뜨리며 2012년 해외파의 순항을 예고했다. 다음 주자는 박주영(아스널)이다. ‘위기의 남자’ 박주영이 바통을 넘겨받아 상승세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박주영은 3일 새벽 2시 30분 (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크라벤 코티지에서 열리는 2011-201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풀럼과의 원정경기에 출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상황이 여의치는 않다. 새해 첫 날 열린 약체 퀸스파크레인저스(QPR)와의 홈경기에서도 박주영은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5경기 연속으로 출전 명단에 조차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 8월 프리미어리그 입성 후 칼링컵 3경기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1경기에만 모습을 드러냈을 뿐 아직까지 정규리그 데뷔전도 치르지 못했다.
잘 나가는 팀 동료 판 페르시의 그늘에 가려 입지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아스널 공격의 핵이었던 티에리 앙리(뉴욕 레드불스)가 2개월 단기임대로 복귀를 가시화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임대설까지 흘러나오는 최악의 상황 속에 현지 언론에서도 아스널 공격라인에 대한 평가에서 “박주영은 거론조차 하기 싫다”며 제쳐두고 있다.
절망적인 현실 속에 박주영은 지동원의 활약을 곱씹으며 명예회복을 노려야 하는 처지다. 지동원은 최근 4경기 만에 얻은 출전 기회를 멋지게 살렸다. 자신의 프리미어 진출을 이끌었던 스티브 브루스 전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나면서 지동원도 위기를 맞았다. 신임 마틴 오닐 감독 밑에서는 확실한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어렵게 찬스를 잡은 지동원은 단 16분간의 활약으로 영웅으로 떠올랐다. 지난 9월 첼시전에서 후반 교체 출전으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신고한 지동원은 4달여 만에 극적인 결승골을 추가하며 오닐 감독과 홈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자존심을 구긴 박주영은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 QPR전에서 풀타임 출전한 판 페르시가 이틀 만에 경기를 치른다는 부담이 있지만 섣불리 박주영의 선발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짧은 교체출전이라도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방법뿐이다. 칼자루를 쥔 아르센 벵거 감독의 선택과 박주영의 집중력만이 남았다. 위기 뒤의 기회라는 말도 있다. 박주영이 지동원의 기적같은 순간을 재현할 수 있을 지 팬들의 기대가 집중되고 있다.
스포츠투데이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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