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소방공무원은 재난현장 표준절차에 따라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사고 내용에 대해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저는 자의적으로 너무 경솔하게 장난전화라고 판단해 규정도 무시한 채 큰 무례를 범했습니다."
지난 19일 낮 12시 30분께 김문수 경기도지사로 부터 첫 번째 '119' 전화를 받았던 소방관 오 모씨(소방위)가 29일 오전 경기도 홈페이지(경기넷) 자유게시판에 올린 사과의 글이다.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라온 오 씨의 글은 순식간에 수 백명의 조회자가 몰리며 일시 다운되기도 했다.
오 씨는 사과의 글에서 "저는 이번 상황실에서 경기도지사님의 전화를 받은 담당자"라며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먼저 저의 경솔한 행동과 실수로 지사님을 비롯해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죄드린다"며 "소방공무원은 재난현장 표준절차에 따라 자신의 관등성명을 밝히고 사고내용에 대하여 성실히 응대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저는 자의적으로 너무 경솔하게 장난전화라고 판단하고 규정도 무시했다"고 자신을 책망했다.
그는 또 이번 일로 인해 소방행정에 각별한 관심을 가져 온 김문수 지사에게 큰 부담을 줘 죄송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그는 "지사님께서는 저희 소방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3교대 근무를 위한 인력보강,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미지급 초과근무수당 지급 등 소방관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번 일로 인해 (김 지사께)안타깝고 죄송스런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오 씨는 끝으로 "하루 종일 각종 언론에 보도되는 다소 왜곡된 보도를 보면서 마음이 무거워 이 글을 올리게 됐다"며 "이번 일로 경기도정이나 소방행정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희망도 피력했다.
오 소방관은 지난 19일 낮 12시30분께 남양주소방서 상황실 근무 중 암환자 이송체계를 묻기 위해 김 지사가 걸어온 전화를 장난전화로 오인, 응대하지 않았다.
이어 김 지사가 다시 전화를 걸었으나 같은 상황실 근무자인 윤 모 소방관도 역시 장난전화로 생각해 응대하지 않았다.
김 지사로부터 이런 사실을 전해들은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응급전화 응대 규정위반으로 두 소방관을 남양주소방서에서 포천과 가평 소방서로 각각 인사조치했다.
이영규 기자 fortu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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