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애플의 '아이폰'이 등장했을때 국내 인터넷 업계의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지금까지 PC에 앉아 사용해야 했던 인터넷이 손바닥 안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스마트 시대가 활짝 열리고 수년이 지난 현재 우리나라 주요 포털들을 바라보면 안타까운 생각만 든다. 애플이 보여준 혁신에 감탄은 하면서도 과거를 답습하는 일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의 역사는 강력한 식욕에 비유할 수 있다. 초기에 검색엔진으로 시작했던 인터넷 포털은 뉴스가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 되자 이를 집어삼켰다. 블로그를 통해 각종 정보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블로그 서비스들을 통폐합해 '파워블로그'라는 이름으로 먹어치웠다.
구글의 유튜브가 뜨기 시작하자. 포털들은 일제히 사용자제작콘텐츠(UCC)를 모으기 시작했다. 수년이 지난 현재 유튜브는 한류로 대표되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의 격전지가 됐다. 하지만 국내 포털들의 동영상 서비스는 여전히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가격비교사이트가 인기를 끌자 포털들은 자사 쇼핑 서비스에 가격비교 서비스를 도입했다. 야구가 인기를 끌면 야구 경기를 생중계하고 축구가 인기를 끌면 축구 경기를 생중계한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스마트 시대가 열리자 포털은 더 많은 서비스들을 내 놓기 시작했다. 트위터가 회자되자 국내 인터넷 포털들은 일제히 유사서비스들을 내 놓았다. 트위터에 이어 페이스북이 유명세를 타자 포털들은 페이스북의 기능들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말이 도입이지 베낀 것과 다름없다. 일부 포털은 대 놓고 "페이스북 보다 더 편리하다"고 홍보를 한다. 카카오톡이 뜨자 똑같은 서비스를 내 놓으며 우리는 "음성통화도 된다"며 자위하는 것과 매한가지다.
한때 혁신과 도전의 대명사로 불리었던 인터넷 포털들의 이 같은 모습은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하지 않고 '무엇을' 보여줄지만 고민했기 때문이다.
같은 콘텐츠와 서비스라고 해도 어떻게 보여줄지에 따라서 정보의 가치는 크게 달라진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의 구독층이 다른 것도 바로 이런 이유다.
구글과 우리나라 포털들의 대표적인 차이가 바로 여기에서 나온다. 이미 인터넷은 특정한 무엇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모든 정보를 갖고 보여주는 공간이다. 사용자가 원하는 콘텐츠는 굳이 우리나라 유명 포털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검색하고 이용할 수 있다.
미리 콘텐츠를 준비하고 이를 보여주는 우리나라 포털에 대해 "친절하다"고 평하는 사람도 물론 있지만 이제는 방대한 정보를 어떻게 보여주는지를 고민해야 할때다.
최근 인기를 끄는 스마트폰 및 태블릿PC용 앱 중 '플립보드'라는 것이 있다. 이 서비스는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등의 서비스를 마치 잡지처럼 보여준다. 활용가치는 상상 이상이다. PC에서는 마우스 스크롤 버튼을 끊임없이 돌리며 흘낏 쳐다봤던 정보들을 책처럼 읽을 수 있게 되며 콘텐츠의 가치를 높여준다.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한 결과다. 예전 한 포털 관계자를 만나서 들은 얘기가 생각난다. 당시 그 관계자는 애플 '아이폰'을 손에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애플이 이만한 스마트폰을 만들때 삼성과 LG는 밥그릇 싸움만 되풀이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똑같은 의문이 든다. 포털은 다르게 행동하고 있는가? 단순히 인기 있는 서비스를 세련되게 베껴서는 영원히 구글,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업체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없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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