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수 신임 조직위원장 두고 기대 우려 엇갈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최근 취임한 김영수(69)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원장을 두고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 22일 인천 송도 한 호텔에서 열린 김 위원장의 첫 기자 간담회에서는 특이한 장면이 연출됐다. 이 자리에서는 자연스레 주최 도시인 인천시와의 소통을 강화할 방안을 묻는 질문이 나왔다. 전임 이연택 위원장 시절 인천시와의 불협화음 문제가 불거져 결국 위원장 교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조직위 한 간부가 나서 "인천시와 월례 간부협의회를 갖기로 했다"고 답변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곧이어 "나도 모르는 얘기를 한다"고 이를 부인했다. 외부와의 '소통'을 묻었더니 내부의 '불통'이 노출된 것이다.
김 위원장은 뒤늦게 "시의 입장을 경청하고 소통을 적극적으로 하겠다"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일단 내부에서의 소통부터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또 이날 전임 위원장 시절 방만 경영ㆍ내부 갈등으로 문제를 일으켰던 조직위 인적 구성의 쇄신 여부에 대해 "그런 일은 없다"라고 잘라 말해 논란이 일고 있다.
조직위는 최근까지도 인천시 파견 직원들과 문화관광부ㆍ대한체육회 파견 직원들간의 갈등이 심각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업무 추진도 느리기 짝이 없는 데다 예산 집행도 방만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전임 위원장에 의해 발탁된 '낙하산' 측근들이 요소 요소에 포진, 고액의 임금을 수령해 한 시민단체가 정보 공개를 청구하고 "이럴 거면 대회를 반납해라"는 취지의 성명서까지 낸 적이 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날 인적 쇄신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천명함으로써 조직위가 기존의 구태를 떨쳐 내고 한단계 도약할 가능성을 스스로 없앴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김 위원장은 또 공안 검사 출신으로 국제 스포츠계에서 활동한 경력이 일천한 전형적인 '퇴역 행정 관료'라는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자신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내가 국제 스포츠계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성공적인 대회를 위해선 무엇보다 수익 창출이 급선무인데, 경영 마인드가 전혀 검증되지 않은 김 위원장이 어떻게 명실상부한 흑자 대회를 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인천시의 재정이 사실 어렵지 않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상황 인식을 하고 있는 것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인천 출신이긴 하지만 중학교 이후 서울에서 학교를 마치고 공직 생활 대부분을 서울에서 하는 등 사실상 인천과는 거리를 뒀던 인물이라는 점도 논란이다.
인천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능력있고 젊은 인사도 얼마든지 있을 텐데, 전임 위원장과 똑같이 고령의 경영능력이 검증 안 된 퇴직 행정 관료 출신이 임명됐다"며 "정부가 얼마나 인천아시안게임을 홀대하는 지, 각계 각층에서 얼마나 무관심한 지 입증해주는 사례로 성공적인 대회 준비가 될 지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인천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열린 마음과 적극적인 자세를 갖고 있어 소통과 대회 준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김 위원장은 1942년 인천 출생으로, 서울지검 공안부장을 거쳐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90년 안기부 제1차장, 문민 정부 시절 14대 국회의원·문화체육부 장관을 역임한 후 2004~2008년 KBL총재를 지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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