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 어린이 돕기
계동사옥 입주 후 첫 행사
조직내 신선한 바람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지난 9일 서울 계동 현대사옥내 현대중공업 서울 사무소 소속 신입사원 45명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중인 소아암 환자중 가정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위해 700만원을 기탁했다.
이 돈은 지난달 29일 신입사원들이 개최한 일일호프를 통해 마련했다. 울산 본사에서야 일일호프는 자주 볼 수 있지만 서울사무소에서, 그것도 막내들이 행사를 진행한 것은 지난 1986년 계동사옥이 완공돼 현대중공업 서울사무소가 입주한 뒤 25년 만에 처음이었다. 사내에서 '사건'이라고 불린 만큼, 이날 행사에는 계동사옥에 입주한 범 현대가 임직원들은 물론 사옥 주변 상인들도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고 한다.
지난해 입사 하면서 이들은 주목받은 인물들이다. 흰색 와이셔츠에 회색 또는 검정색 면바지 일색이었던 기존 '셀러리맨 패션'에 젊은 감각의 캐주얼을 과감하게 코디하고, 2대8 가르마 대신 염색과 퍼머로 머리에 힘을 주고 다니며 조직에도 변화를 시도하는 등 '튀는(?) 세대'들이다.
나이 차이가 큰 선배들만 상대하던 이들은 코드가 맞는 동기들과 자주 뭉치게 됐다고 한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친구를 만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동기라는 존재는 회사 생활을 하는 데 큰 힘이 됐고, 덕분에 현대중공업에 대한 자부심을 키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추억거리도 만들고자 했던 이들은 선배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사회를 위해 의미있는 일도 해보자며 아이디어를 모은 끝에 만장일치로 일일호프를 열기로 결정했다. 일일호프의 명칭은 '현중HOPE'로 정했다. 회사의 희망인 신입사원이 현중HOPE를 통해 주변 소외된 이웃에게 희망을 나눠 준다는 의미다.
하지만 막상 실행하자 고민이 생겼다. 현대중공업은 중후장대 사업을 영위하다보니, 소위 말하는 '내일만 잘 하면 되는' 문화가 자리잡았던 것. 모든 것이 안정돼 있다 보니 개인이 조직에 변화를 주는 것을 쉽게 인정하지 않는 셈이다.
일일호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배들로부터 가장 많이들은 질문이 "왜 하는가?", "애써 일을 만들려는 것이냐"였다고 한다. 후배들이 한 사람, 한 사람을 붙들고 이유를 설명하자 싸늘한 시선을 거둔 선배들은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한 선배는 "신입사원은 당돌해야 제 맛"이라며 기왕하는 거 제대로 벌려 보라고 응원도 해줬다고 한다.
선배들의 지지를 얻은 막내들은 한 달여 동안 점심시간을 쪼개가며 일했고, 준비한 티켓 전량을 모두 판매하는 성과를 거뒀다. 일일호프가 열린 날은 모든 선후배들이 어깨동무를 하며 허심탄회한 대화도 나눴다고 한다.
신입사원들은 일일호프를 내년, 후년에도 이어가 서울 사무소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각오다. 회사 관계자는 "선배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막내 후배들이 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이를 계기로 현대중공업도 젊은 직원들이 개성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직장이 되도록 모든 구성원들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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