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준호 기자]정부가 7일 내놓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의 키워드는 강남, 재건축, 부자로 요약된다. 집값 상승의 주범였던 강남·재건축 규제가 대폭 풀렸다. 반면 서민을 위해서는 '대출 여력 확대'와 '대학생·저소득층 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을 기존 정책적 방향에서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대책만 나열했다.
◇주택시장 안정은 '부자'들의 힘으로=
먼저 다주택자에게 적용됐던 양도세 중과제도가 폐지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제도는 2주택 보유자가 집을 팔 때 양도차익의 50%, 3주택 이상 보유자는 양도차익의 60%를 부과하는 것으로 참여정부 때인 2004년에 도입됐다.
이 제도는 이번 대책을 통해 7년 만에 폐지됐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 과열시 투기 방지를 위해 주택 소유와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됐으나 현 시장상황에서는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어 제도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부가 집값 하락 및 거래 침체가 시장 질서를 위협할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투기꾼으로 규정해 세금 폭격을 가했던 다주택자를 주택시장 안정의 새로운 첨병의 역할로 변모된 순간이기도 하다.
또한 정부는 '강남 3구의 투기과열지구 해제'와 함께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 환수도 2년 유예'하는 내용도 대책에 포함했다. 집값 급등기시 투자자들의 1순위 투자처이자 정부의 1순위 규제 대상에 대한 규제가 대폭 풀리는 셈이다.
투기과열지구 해제로 조합 설립 인가된 26개 단지 1만9000명의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해지고 조합 설립을 추진 중인 22개 단지 2만2000명도 향후 혜택을 볼 전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도 개발이익 환수라는 제도 도입 취지를 감안해 유지하되 현 재건축 상황을 고려해 2년간 부과를 중지한다"고 말했다.
권도엽 국토부 장관이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강남 개포지구 재건축아파트의 심의를 반려하면서 '공공성 확보' 등을 내걸자 다음날 "박 시장의 정책은 친서민정책이 아니다"라고 반박한 이유가 밝혀지는 대목이다. 재건축 규제를 대폭 풀어 시장을 살려야 하는데 박 시장의 조치가 다소 불편했다는 뜻으로 설명된다.
◇대출에 의존한 서민주거안정대책= 이번 대책의 정식 명칭은 주택시장 정상화 및 서민주거안정 지원방안'이다. 정부가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보금자리주택을 공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2~4억원 가량의 보금자리주택을 받을 수 있는 국민과 국민임대 전환 보금자리 대상자가 이번 지원방안의 대상이다.
먼저 정부는 생애최초 구입자금의 지원금리를 4.7%에서 4.2%까지 낮춘다. 부부합산 연소득도 연소득 4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확대한다. 시행시기도 내년으로 늦췄다. 정부는 1조원이 지원될 경우 약 1만5000가구가 내 집 마련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생애최초가 아닌 일반 무주택자를 위한 근로자·서민 구입자금도 부부합산 연소득 기준이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확대된다.
우리나라 가계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797조4000억원에서 올해 9월말에는 840조9000억원으로, 1년새 무려 43조원이나 늘었다. 올해 가계대출 이자부담의 총액은 56조2000억원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주택 경기를 위해 또다시 대출 여력을 늘리겠다고 나선 셈이다.
또한 저소득 세입자를 위해 내년 중 전세임대주택 1만5000가구가 공급된다. 쪽방 등 비주택 거주자를 위한 지원물량도 1000가구에서 3000가구로 늘린다. 1인가구도 전월세 소득공제 적용할 수 있게 개선한다.
현재 쪽방 등에 거주하는 저소득 세입자의 경우 매입임대주택 보증금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 이들이 목돈을 마련해 매입임대주택에 들어가도 10년 뒤면 다시 쪽방으로 쫓겨나와야 한다는 점에서 큰 효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집중규제를 가하던 강남을 풀어준 것은 시장 활성화에 큰 의미가 있다"며 "최저가 낙찰제 2년 유예보다 시장 활성화가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정책을 통해 집값이 뛴다면 내년 총선 등을 감안한 정책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준호 기자 rephw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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