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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단상]의료산업, 해외서 살아남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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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단상]의료산업, 해외서 살아남으려면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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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세계 무수한 기업들이 두드려온 희망과 꿈의 문(門)이다. 그 문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일부는 꿈을 이루고 어떤 이는 별다른 소득 없이 그 문을 통해 본국으로 되돌아간다.


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유독 의료기관의 성공 사례는 찾기 어렵다. 우리 의료기관들이 중국 진출을 꿈도 꾸지 않던 1998년, '성형외과가 유망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안고 중국 다롄을 찾았다. 그 후 13년의 경험을 공유하고자 한다.

중국에서 겪은 첫 번째 어려움은 언어소통과 문화의 차이였다. 까다로운 행정절차 때문에 외국인이 병원을 개원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준비 기간까지 4년이 넘는 인고의 시간이 흘러 2000년 대형 종합병원 내부에 작은 병원을 열 수 있었다. 성형과 피부미용, 정맥류로 시작해 개원 6개월 만에 흑자 경영을 이뤘다. 이후 다롄 중심가에 독립 병원을 세웠고 2006년 베이징에 정맥류 전문병원 중국 2호점을 개설했다.


돌이켜보면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병원을 세우는 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흑자를 이루는 것은 매우 어렵다. 우리 병원의 성공 비결을 꼽자면 적절한 홍보, 인맥 활용 그리고 무엇보다 중국 최초의 정맥류 전문 진료라는 독특한 '아이템'이다.

1995년 한국에 정맥류 병원이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정맥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전무했다. 2000년대 초반 중국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수술하지 않고 주사로 치료하는 혈관경화요법을 국내 도입해 한국에 정맥류 병원의 전성시대를 연 첫 세대다. 한국에서 얻은 경험을 5년쯤 뒤 중국에 도입함으로써 적절한 시기에 적당한 의료서비스를 소개한 것이 성공의 핵심 포인트다. 중국으로의 진출을 희망하는 의료기관은 이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본인의 특화된 기술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현지 소비자의 요구와 맞닿는 지점에 있지 않다면, 현지의 소득수준과 일치하지 않는다면 성공하기 어렵다. 또 자신의 진료 아이템이 중국보다 확실한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한다. 중국 의사들도 쉽게 할 수 있는 흔한 아이템이라면 백전백패다.


아울러 중국은 한국보다 공무원의 권한이 강하고 행정 인허가 절차도 한국보다 어렵기 때문에 현지 실력자를 만나는 것도 중요하다. 유능한 행정원장을 영입해 병원설립과 경영에 도움을 받은 것이 또 하나의 성공요인이다. 정맥류의 경우 환자군의 특성에 맞춰 한국 수술비의 30% 수준으로 책정한 것도 주효했다.


의료기관이 중국에서 성공하기 위한 조건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다. 철저한 사전 준비와 시장 조사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중국인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정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싶다. 앞선 조언을 숙지한다 해도 솔직히 의사 개인이 중국에서 성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정부나 대기업 또는 종교단체와 연계된 의료기관 해외진출이 절실하다. 일례로 의료가 취약한 나라로 군의관을 파견하는 방식도 좋다고 본다. 해당 국가에 대한 노하우를 쌓을 수 있고 향후 현지 병원 설립에도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일본이 북경에 설립한 '중일 우호 병원'과 같이 정부 차원의 투자도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병원은 한국의 의료기기, 중소기업 제품 등의 홍보 전시관이 될 수 있고 해외 주재원의 건강도 지킬 수 있다.


한국은 의사 과잉상태다. 경쟁에 내몰린 우수한 인력 중 일부는 실업자가 된다. 사회적인 낭비다. 더 많은 우수한 의료인력들이 중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로 진출해야 하는 이유다. 그들이 현지에서 선한 인술을 펼쳐 국위를 선양한다면 일거양득이다.





심영기 연세에스병원 원장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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