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솔 기자]코스피가 3.72% 급등하며 보름 만에 1900선 위에서 거래를 마쳤다. 상승폭이 커지면서 급등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진기록도 여럿 만들어 냈다. 기관이 1조1010억원 상당 을 순매수하면서 올 들어 최대이자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사들였고 프로그램 차익거래로는 1조670억원 상당이 유입되면서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외국인이 선물 시장에서 대규모 '사자'에 나선 덕분이다. 글로벌 증시가 폭등하자 이를 차익실현 기회로 본 개인 투자자는 사상 최대치인 총 1조6860억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2일 시장 전문가들은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코스피 추가상승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 2008년 이후 미국 S&P500지수가 4% 이상 상승했던 경우 그 뒤에는 항상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있었다는 것. 2008년 9월 리먼 브라더스 파산 직후 체결된 중앙은행들 간의 통화스왑이 하나의 예인데 당시 미국 연준의 스왑 범위가 일본, 영국, 캐나다 중앙은행으로 확대됐던 9월18일 S&P500은 4.3% 올랐다.
◆이선엽·한범호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이번에 제시된 6개국 중앙은행의 통화스왑은 2009년 3월과 닮았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한 이후 부실자산에 대한 규모 산정이 이뤄지고 최종 대부자가 등장한 때(국유화, 연준의 부실자산 직접 매입, 유동성 공급)가 바로 2009년 3월이다. 따라서 과거 연준이 했던 것처럼 실질적 문제 해결의 주체인 유럽중앙은행(ECB)이 발권력을 동원할 지 여부가 앞으로 장세 대응의 핵심이다. 전날 진행된 일련의 대응들은 유럽 금융당국의 유동성 창출을 압박할 수 있어 보이며 당장 8일로 예정된 ECB 통화정책회의에 대한 기대도 높다.
IT와 자동차는 물론이고, 유럽 재정 위험 완화에 따라 금융, 조선 업종으로도 매기가 확산될 것으로 본디. 중국발 호재로 원자재, 기계, 소비관련 대형주 전망도 밝다.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중소형주의 경우 앞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가능성을 열어둔다.
◆이재만·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애널리스트=미국, 영국을 비롯한 6개 중앙은행이 달러 스왑 계약 금리를 0.50%포인트 내렸다. 시중 은행들의 달러 차입 비용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이번 조치로 유럽 재정위기로 곤경에 처했던 은행들의 자금 조달이 용이해질 것으로 본다. 또 최근 지속되고 있는 달러 강세 현상도, 달러 유동성 확대로 인해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위험자산 선호도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이 지급준비율을 인하하면서 앞으로 중국 긴축정책의 강도가 지속적으로 완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는 경기사이클의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중국 긴축정책의 강도가 낮아졌던 국면인 2004년 4분기~2005년 2분기와 2008년 4분기 ~2009년 4분기에 경기선행지수는 반등했다.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이슈가 시너지를 내며 전날 코스피가 급등했고 상승 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상승 사이드카가 발동된 17번의 사례를 보면 그 이후 5일간 코스피 평균 수익률은 2.3%로 양호했다. 다만 상승 탄력이 둔화됐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승재 대신증권 애널리스트= 양호한 프로그램 수급을 바탕으로 지수 상승세는 조금 더 이어질 전망이다. 전날 코스피200은 1조3000억원에 달하는 프로그램 매수세에 힘 입어 4.25% 급등 마감했다. 외국인이 지난달 29일 1만계약을 환매수한 이후 2일 동안 또 다시 1만계약 이상의 신규 선물매수를 추가, 현·선물 베이시스가 일평균 0.3 이상으로 개선된 덕분이다. 차익 프로그램 매수에서는 국가·지자체 외에도 국내 기관 및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고 아직 1조원 이상의 매수 여력이 남아있는 상태다.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도 기말 배당을 노리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일별 2000억원 이상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외국인의 선물 매수세를 감안할 때 비차익 프로그램 매수 역시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프로그램 매수 수혜주, 즉 유동 시가총액이 거래대금 보다 매우 커서 프로그램 매수 시 주가 상승탄력이 클 수 있는 종목이 유망하다. 차익 프로그램 매수나 인덱스 펀드 주식 매입 등을 위해 코스피200 종목을 매수할 경우 정해진 유동 시가총액 비중만큼 매수하게 되지만 거래대금은 이 비중과 달라 종목별로 편차가 나타난다. 주요 수혜 종목은 퍼시스, 경방, 영풍, 롯데제과, 현대상선, 대한생명 등이다.
이솔 기자 pinetree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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