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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의 생애’ 프리다 칼로 자화상에 담은 ‘식스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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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성주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의 눈에 비친 프리다 칼로

‘불꽃의 생애’ 프리다 칼로 자화상에 담은 ‘식스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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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다 칼로, 타자의 자화상>
우성주 지음, 이담 북스 펴냄

‘나는 너무나 자주 혼자이기에, 또 내가 가장 잘 아는 주제이기에 나를 그린다.’ 그림 한 장에 시선이 머문다. 검고 긴 머리카락을 풀어헤친 여자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고 있다. 눈썹은 갈매기 모양에 숱이 많아 짙다.


그 눈썹 위에 이마에 눈을 하나 더 가진 남성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시선을 옮겨 또 다른 그림을 본다. 몸 안에 굵은 철기둥이 박히고 수 백개의 못이 피부를 뚫었다. 갈매기 모양의 짙은 눈썹에 검고 긴 머리칼을 한 여성이 눈물을 몇 방울 흘리며 표정없이 울고 있다.

모두 멕시코 여류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의 자화상이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보면 볼수록 기이하고 독특하다. 보는 사람을 불편하게까지 한다. 그림 속 주인공들은 고통스럽고 심지어 음침하고 공포가 느껴진다. 그러나 그림과 그림 속 주인공은 역설적이게도 아름답다.


자화상은 그리는 자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며 보는 자가 그리는 자의 마음과 만나는 공간이다. 47세의 짧은 삶을 마감한 프리다 칼로는 총 143점의 작품을 남겼고 그 가운데 55점이 자화상이다. 자화상을 그리지 않은 화가는 미술사에서 찾아보기 어렵지만 프리다의 자화상처럼 주목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화가 자신이 ‘나’와 자신 속에 존재하는 ‘또 다른 나’의 모습을 드러낸 프리다의 시선은 그녀가 겪었던 개인적 격동기(그녀는 어릴 적 뇌성마비를 앓았고 18세 때 교통사고로 척추, 오른쪽 다리, 자궁 등을 크게 다쳐 36차례의 수술을 받는 등 죽을 때까지 육신의 고통과 싸워야 했다)와 멕시코가 안고 있던 시대적 변화가 함께 뒤엉켜 작품 속에 녹아 있다.


그러나 이런 프리다에 대한 관심은 그녀의 드라마틱한 삶에만 집중됐을 뿐 고통 이면에 변화하는 그녀의 시선은 다루지 못했다. 오른 발의 치명적 손실이 결국은 삶의 에너지가 되고 또 그 순간의 깨달음에 어떤 과정을 거쳐 도달하게 됐는지, 그녀 삶의 객관적 시선과 함께 타자의 시선이 어떻게 맞물려 자화상에 드러났는지에 대한 조명은 미약했다.


그간 그녀의 이야기가 여성으로서의 삶의 패러다임에만 집중됐다면 <프리다칼로, 타자의 자화상>은 자화상에 나타난 이미지 묘사와 상징적 표현 분석을 통해 프리다와의 만남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 화가의 예술세계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주제들을 20세기 초 멕시코 사회의 주요 토픽과도 연결했다. ‘인종적 문제’ ‘문화적 문제’ ‘이념적 문제’ ‘신체적 문제’ ‘성적 문제’ ‘모성적 문제’ 등이 그것이다.


‘불꽃의 생애’ 프리다 칼로 자화상에 담은 ‘식스센스’

저자는 “그녀의 자화상에 내재된 여섯 개의 토픽은 그리는 자의 시선과 그림을 보는 자의 시선이 함께 응축돼 그녀만의 예술세계를 낳게 했다”고 평가했다.


“그리는 자의 시선과 그림을 보는 자의 시선이 함께 응축돼 그녀만의 예술세계를 낳게 했다.”-저자 우성주-


이코노믹 리뷰 김은경 기자 keki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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