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과 러시아가 미사일 방어망 설치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이 동유럽 나토회원국에 미사일 방어망(MD)을 구축하는 계획을 추진하자,러시아는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미사일 방어망 지휘통제시설을 파괴하기 위한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유럽 국경에 배치하겠다고 위협하고 나섰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정부 관리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동유럽 국가에 나토회원국 미사일방어 시스템 배치계획을 바꾸지 않을 것이며, 미사일 방어망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토미 비에터(Tommy Vietor) 미 백악관안전보장회의 대변인은 “미국은 유럽의 미사일 방어계획에 대해 러시아에 문호를 열었고 투명했으며, 이 계획은 우리가 억지하려고 하는 이란의 우리 동맹국에 대한 증가하는 위협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다양한 경로로 러시아 관리들에게 유럽 배치계획인 미사일시스템은 러시아의 전략적 억지력을 위협하지 않고 할수도 없다는 것을 설명해왔다”고 덧붙였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러시아가 미국의 미사일 방어시설을 타격하기 위해 유럽 접경지역인 남서부에 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한 직후 나왔다.
◆러, “미사일방어망 파괴 미사일 배치,전략무기감축협정 탈퇴할 것”=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국영방송을 통해 러시아는 EU 회원국인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있는 내륙지역인 칼리닌그라드를 포함해 남서부 유럽 접경지역에 단거리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스칸데르-M 시스템(나토명 SS-26 Stone)은 기동 미사일 시스템으로 ‘준탄도’능력을 갖춘 2기의 1단 고체추진 9M723K1 유도미사일을 장비하고 있다.
미사일들은 400km의 사거리와 통상탄두와 핵탄두를 운반할 수 있는 전술미사일이다. 미사일 무게는 3.8t,탄두중량은 480kg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나는,필요하다면,미국 방어망의 지휘통제시설을 파괴할 수 있는 조치를 개발하라고 군에 지시했다”고 밝히고 “이런 조치는 적절하고 효과적이며, 비용도 적게 든다”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그동안 미국 주도의 미사일 방어망 구축계획은 새로운 군비경쟁을 일으키고,러시아의 핵억지능력을 위협함으로써 역내 전략적 균형을 깰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미국은 방어망의 일부를 동유럽 국가에 설치하는 데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무시하고 개발을 가속화했다고 말했다.
나토 주재 러시아 대사인 드미트리 로고진도 이날 국영방송에 한 코멘트에서 “우리는 우리 시민의 안전을 팔아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또 양국이 방어망에 대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다면 올해 발효된 전략무기감축협정을 탈퇴하겠다고 다시 위협했다.
◆美, “미사일 방어망 계획 변경 없다”=미사일 방어망에 참여하는 유럽 국가도 속속 늘어나고 있다.
스페인은 지난달 미사일 방어망 개발에 참여하기로 한 네 번째 유럽 국가가 됐으며, 루마니아와 폴란드는 개량된 미사일 방어시스템의 자국내 배치에 합의했다. 또 나토 회원국인 터키도 남동부 말라티야 근처 군시설에 조기경보레이더 유치를 결정했다.
비에터 대변인은 “동유럽 미사일 방어시스템구현은 잘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것을 철회할 만한 어떤 위협의 근거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사일 방어에서 러시아와 협력하는 것이 미국과 유럽의 미국 동맹국,러시아의 안보를 증가시킨다고 믿고 있으며, 협력변수를 규정하기 위해 계속해서 러시아와 계속해서 공동작업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같은 협력을 추구하더라도 결코 우리는 유럽배치 계획을 제한거나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러시아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이란의 탄도 미사일 위협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 대변인인 존 커비 해군 대령은 “우리가 동맹국과 러시아와 함께 지난 몇 년간 열심히 공동작업해온 유럽의 미사일 방어시스템은 러시아를 겨냥한 게 아니라는 점은 되풀이해서 말할 가치가 있다”면서 “그것은 유럽과 동맹국을 위협하는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억지,파괴하는 것을 돕도록 설계됐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긴장수위 높아지나 실제 충돌 없을 것”=전문가들은 미사일 방어망을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간 이견은 양국관계에 손상을 줄 수 있는 냉전시대의 쟁점사항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국의 IHS글로벌 인사이트의 애널리스트인 릴리트 게보르기언(Lilit Gevorgyan)은 “이 문제는 선거기간 동안 이목을 집중시킬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12월에 의원선거가 있고 내년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반미 발언으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대선전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해놓았다.
그러나 국가안보문제를 협애한 선거전 문제와 함께 다뤄서는 안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다시 말해 메데베데프의 발언은 미국과 나토측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재래식무기 감축과 관련해 러시아에 대한 불만이 많다.미국은 22일 러시아와 재래식 무기에 대한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러시아가 유럽재래식군사력협정의 자료공유와 조사조항을 따르지 않는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미 국무부는 설명했다.
러시아와 미국이 설전을 벌이고 있지만 실제 로 심각한 충돌을 벌일 것 같지는 않다고 정치군사분석연구소(IPMA)의 알렉샌더 샤라빈 소장은 말했다.
그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나 러시아의 대응조치는 선전용”이라면서 “양측 어느 쪽도 실제 미사일 대응능력은 없다”고 평가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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