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승현-오리온스의 '1년 전쟁', 영광은 없고 상처만 남았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37초

김승현-오리온스의 '1년 전쟁', 영광은 없고 상처만 남았다 [사진제공=KBL]
AD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1년 간 이어졌던 전쟁은 끝났다. 하지만 포연이 사라진 자리에 영광은 없고 오로지 상처만 남았다.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 간판 스타 김승현이 올시즌 선수 복귀에 뜻을 모으고 파국 1년만에 손을 맞잡았다. 김승현은 돈을 포기했고, 오리온스는 김승현을 옥죄었던 족쇄를 풀어주기로 했다.


오리온스는 22일 김승현 측 남성렬 변호사가 보내온 12월8일까지 이적 허용을 포함한 합의서를 구단이 받아들이기로 함에 따라 모든 합의 절차가 완료됐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양측은 조만간 KBL에 임의탈퇴 공시 해제를 요청하고 24일 오전 강남구 논현동 KBL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KBL이 임의탈퇴 선수 공시를 해제하면 오리온스는 김승현 트레이드에 대한 협상을 다른 9개 구단을 대상으로 벌이게 된다. 김승현은 2001년 오리온스에 입단해 프로농구에 데뷔한 후 10년 만에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코트에 복귀하게 된다.


프로농구 전성기를 이끌었던 스타플레이어의 복귀 소식은 팬들에겐 분명 기쁜 소식이다. 농구판에도 호재다. 하지만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다.


오리온스는 2006년 김승현에게 5년간 연봉 10억5000만원을 주기로 하는 이면계약을 맺었으나 부상에 따른 성적 부진을 이유로 2009년 6억원, 2010년에는 3억원으로 연봉을 삭감했다. 이에 김승현은 지난해 7월 오리온스 구단을 상대로 애초 약정한 임금을 달라는 소송을 냈고, KBL은 지난해 11월 김승현을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했다.


이후 양측은 많은 걸 잃었다.


오리온스는 소속팀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간판스타와 시끄러운 소송 등으로 많은 팬을 떠나보냈다. 지난 시즌에도 최하위를 면치 못했고 올시즌 역시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즌 개막 전엔 프로농구 출범 때부터 지켰던 연고지 대구를 떠나 고양에 새 둥지를 틀었다. 김승현 파동과 맞물려 많은 농구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2001~2002 시즌 우승으로 신흥명문으로 도약하려던 오리온스는 올시즌까지 5시즌 연속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채 경기장 안팎의 악재들로 고전하고 있다.


물론 더 많은 상처는 김승현이 받았다. 일단 금전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다. 지난 7월 임금 소송 1심에서 12억원을 받아낼 수 있는 승소판결을 받았지만 이를 포기하고 코트 복귀를 택했다. 임의 탈퇴와 함께 월급이 완전히 끊기면서 경제적으로 힘겨운 생활을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농구선수로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농구공을 잡은 김승현은 하루아침에 20년간 머물렀던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입증했던 농구 실력도 더이상 보여줄 수가 없게 됐다. 이는 팬들에게도 똑같은 상실감으로 다가왔다. 한국 농구 간판스타와 구단 간의 이전투구로 순식간에 프로농구 계는 '시끄러운 동네'로 비쳐졌다.


김승현이 오리온스에 "1심에서 이긴 12억원을 받지 않기로 하는 대신 다른 팀으로 보내달라"고 제안하면서 양측은 우여곡절 끝에 합의에 도달했다.


하지만 오리온스가 당장 얻을 건 없어 보인다. 물론 금전적인 손실을 면하긴 했지만 갑작스런 이미지 쇄신을 꾀하기도 힘들다. 김승현 역시 성공적인 복귀는 여전히 물음표다. 워낙 오래 코트를 떠나 있었고 그 사이 선수로서 최고의 기량을 보여줄 나이도 훌쩍 지나버렸다. 내년이면 벌써 35세다. 여전히 김승현의 실력을 믿어의심치 않고 그를 반기는 팀도 있지만, 그의 기량에 회의적인 감독과 농구인들도 적지 않다.


과연 1년 만에 전격 화해한 김승현과 오리온스가 새로운 힘을 얻고 다시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