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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더 어렵다" 대기업 곳간 채우기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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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을 확보하라" 기업들 사활

[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우선 채우고 보자"


내년 글로벌 경기 불황의 전운을 감지한 국내 대기업들이 '곳간' 채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경제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계 제로'에 빠진 상황에서 각 기업마다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과 더불어 유보 자금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선 모습이다.

내년 비상 경영 태세 속에서 '공격적 투자'와 '보수적 현상 유지' 등 경영의 큰 틀을 결정하기에 앞서 실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조 단위를 넘나드는 대규모 유상증자와 연이은 회사채 발행, 유휴 부동산 매각 등을 통한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은 연말이 되면서 눈덩이처럼 부풀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의 3ㆍ4분기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현금성 자산 및 유보금은 예년 대비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감독원과 금융 정보 업체인 에프앤가이드가 10대 그룹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LG와 금융 계열사를 제외한 LG그룹의 10개 상장사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3분기 순이익은 425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그룹의 순익은 각각 전분기 대비 2.1%, 32.4% 줄어든 4조288억원, 4조8317억원으로 집계됐다. 포스코그룹의 순이익은 2331억원으로 83% 감소했으며 한진그룹은 6103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올해 기업들이 실적 측면에서는 선방한 것으로 내부 평가하지만 업황 사이클은 이미 불황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내년에는 세계 경기 후퇴로 내수는 물론 수출이 둔화되면서 기업의 성장 동력이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는 내년 자동차 내수 시장 위축을 감안해 물량을 해외로 돌리는 방안을 사업 계획에 넣었다. 현대차 고위 관계자는 "내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목표 실적을 달성, 자금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최고위 경영층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는 반면 불황에 대한 기업의 적응력을 가늠할 대표적 지표 중 하나로 꼽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사내 유보금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대조를 이룬다.


재벌닷컴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른 10대 그룹 소속 82개 계열사의 반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유보금 총액은 역대 최대치인 3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283조3000억원 대비 64조7000억원이 6개월 사이 증가한 것이다. 같은 기간 평균 유보율(자본금 대비 유보금 비율)은 1012.5%에서 1128%로 115.5%포인트 확대됐다. 10대 그룹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월 말 현재 25조3121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현금 확보도 눈에 띄게 늘었다.


한국예탁결제원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회사채 전체 발행 규모는 12조889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의 11조2193억원 대비 14.9% 증가한 것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서는 26.3% 늘어난 규모다. 회사채 순발행은 4조3263억원으로 지난 9월(5721억원) 대비 3조7542억원 급증했다.


예탁원 관계자는 "현금이 부족해진 기업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회사채 발행을 서두르는 추세"라며 "신규 투자를 위한 회사채 발행을 자제해 왔으나 올 하반기 들어 내부 현금 흐름이 악화된 데다 내년 초 예상되는 대규모 차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 일반 회사채를 발행한 대기업 중 삼성물산(4000억원)과 현대제철(3200억원), 현대차(3000억원), LG디스플레이(2500억원) 등 상위 10개사의 발행 금액은 3조5842억원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동양그룹과 대한전선에 이어 STX그룹 등 자체 보유 골프장과 미분양 아파트 등 유휴 부동산 매각을 통해 실탄 확보에 나선 기업도 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신창목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재정 위기의 후유증이 본격화함에 따라 기업은 위기 경영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경제 여건 변화에 대한 유연성을 확보해 위기 재발에 대비하는 체제를 구축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며 "외부 변수에 따라 적시에 사업의 진퇴가 가능하도록 재무 유연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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