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하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주임교수]미국의 무기기술 해외이전정책의 핵심은 미국에서 생산되거나 미국의 기술에 기반을 둔 무기체계가 제3국에 이전될 경우에는 반드시 미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이 미국산 기술 및 부품을 사용해 국내에서 생산한 무기체계를 해외로 수출할 경우, 미국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어떤 경우에라도 미국이 직접 무기를 이전하는 경우와 동일하게 법적, 정책적 요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야만 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무기수출통제는 정부 간 거래에 대해서는 ‘무기수출규제법’(AECA: Arms Export Control Act)과 ‘해외원조법’(FAA: Foreign Assistance Act), 상업적 거래에 있어서는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International Trafficking in Arms Regulations), ‘안보지원관리메뉴얼’(SAMM: Security Assistance Management Manual)에 근간을 두고 있다. 이 가운데 AECA, FAA, ITAR는 미국의 무기체계와 서비스에 대해 수여국이 미국의 허가를 받기 전까지는 이를 제3국으로 이전하지 않겠다는 동의가 있지 않으면 무기체계나 기술의 판매 및 이전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의 기술이전 및 부품 등을 사용하여 한국과 같은 후발 방산국가들에서 생산된 무기체계는 미국의 허가가 있기 전까지는 제3국 판매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다. 최근 미국이 한국의 이지스 체계 핵심기술 및 전자방해장비(ALQ-200)의 일부 부품, K1A1 전차의 사격통제장비, 다연장로켓(MLRS) 체계, 어뢰 청상어 및 홍상어 관련 기술에 대해 미국 기술을 복제·도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사에 나서고 있는 것은 한국의 제3국 수출을 궁극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만약 조사 결과 미국의 주장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이들 제품의 제3국 수출은 어렵게 될 것이다. 2008년부터 파키스탄에 수출을 추진해온 전자방해장비(ALQ-200)는 미국의 제동으로 수출이 무산된 전례를 이미 갖고 있다.
1970년대 초반에 방위산업을 시작한 한국은 방산육성을 시작할 때부터 기술적 능력이 부족해 주로 미국에서 제공한 기술자료철(TDP), 기술지원, 그리고 조립 및 면허생산방식을 통해 무기체계를 생산해왔다. 그 결과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미국에 대한 완성품 무기체계(전투기, 함정, 잠수함 등)에 대한 의존에서는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데 완성품 무기체계에 대한 자주성 확보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핵심기술과 부품개발을 등한시하는 오류를 범했다(이와는 반대로 이스라엘은 방위산업 시작부터 완성품 무기체계 생산보다는 핵심기술과 부품개발에 더 치중하는 육성정책을 추진해 왔다).
바로 이것이 지금 한국의 방산수출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즉 핵심기술과 부품개발 능력부족으로 무기체계 개발과정에서 여전히 미국과 같은 방산 선진국들의 핵심기술 및 부품에 의존하고 있고, 이것이 제3국에 무기를 수출하는데 있어 통제를 받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 방산수출이 대폭 강조되고 있지만, 사실 한국이 국제무기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무기체계를 제3국에 수출한다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그 이유는 수출하고자 하는 무기체계가 미국산 부품 및 기술을 사용했을 경우에는 우선 미국의 수출허가를 받아야 하고, 설령 운이 좋아 허가를 받더라도 성능이 우수하거나 가격적으로 경쟁력이 있어야 제대로 된 수출을 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앞으로 정부가 방산수출을 활성화하는데 있어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이 바로 핵심기술과 부품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개발, 혹은 국제공동개발 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만이 미국의 수출통제에서 벗어나고, 또 성능 및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무기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첩경인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방산수출을 증대시킬 수 있는 기회구조를 창출하게 만들 것이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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