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지난 5일 새벽 인천공항, '신들의 땅'이라 불리는 히말라야를 등정한 이들이 돌아왔다. 지난달 22일 한국을 출발해 총 13박14일 일정으로 해발 5000m에 이르는 히말라야 트래킹 코스인 랑탕 계곡과 코사인쿤드를 종주한 것이다.
전문 산악인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이 50대 주부이자 서울대학교병원 암병원 유방암 환자들로 구성된 한국유방암환우회 합창단팀(9명)이다. '아름다운 도전'에는 노동영 암병원장을 비롯한 의료진과 서포터즈 등 6명이 함께 했다. 프로젝트 이름은 '핑크릴레이'로, 유방암 예방 캠페인인 핑크리본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병림 대표는 처음엔 막연히 히말라야를 등반해보자고 계획했었다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다 한국유방건강재단에서 공모한 사업에 응모를 하면서 공익적인 의미를 더했다고 한다.
이 대표는 "이렇게 단체로 활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유방암 환우들이 좀 더 용기를 가지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유방암 의식 고취라는 공익적인 목적과 함께 환우들에게 희망과 도전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트래킹 시작 전부터 험난한 여정이었다. 랑탕 계곡으로 들어가는 출발점인 카트만두 북쪽 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버스를 타고 낭떠러지 길을 9시간이나 가야했다. 이 대표는 "예순 두 살의 합창단장은 긴장을 하다보니 팔과 다리에 경련이 올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지만, 노 교수가 롯지(산장)에서 밤새워 간호를 한 덕분에 다음 날 다시 일어나 이틀에 걸쳐 선발대를 따라왔다"고 전했다.
등정 내내 고산병은 물론이고 알레르기, 호흡곤란, 경련의 연속이었지만, 합창단원 전원은 무사히 완주해냈다. 두려움을 극복하고 무사히 히말라야를 종주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정신적 지주'인 노 교수를 꼽았다. 이 대표는 "농담 삼아 히말라야에 간다며 계획표를 드렸는데 다음날 바로 함께 가겠다는 연락이 왔다"면서 "첩첩산중에서 아플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다 떨쳐버릴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이토록 활동적으로 지내는 데는 서울대병원 비너스회(유방암 환우모임)의 힘이 컸다고 한다. 지난 2001년 유방암 3기 진단을 받고 한쪽 가슴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은 그는 수술 후 모든 사람과 연락을 끊고 지냈다. 하지만 환우모임을 통해 미소를 되찾았고, 노래를 싫어하던 그가 이젠 합창단에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유방암 환자들이 우울증에 많이 걸리더라고요. 될 수 있으면 집에만 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환우회나 삼삼오오 주위 사람들과 함께 정서적 교류를 나누고 운동을 하면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암을 극복할 수 있는 지름길은 그리 멀리 있지도, 어려운 것도 아니에요."
박혜정 기자 par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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