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고메리·웨스트포인트(미국)=최일권 기자] “해외생산이 늘어날수록 국내 공장의 일감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해외생산 확대로 국내 물량 수출도 덩달아 늘었습니다.”
8일(현지시간)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 임영득 생산법인장은 현지생산과 수출이 오히려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외생산 확대가 국내생산 위축을 부를 수 있다는 노조 일부의 주장과는 반대다.
임 법인장의 설명은 이렇다.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 브랜드 노출 기회가 많아지며, 이는 현지에서 생산하지 않는 모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30만대다. 하지만 올해 예상 생산 규모는 이를 능가한 33만6000대에 달할 전망이다. 해외생산 때문에 국내 수출이 줄어들지도 않았다. 오히려 늘었다. 에쿠스와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차종으로 판매가 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시장에 선보인 벨로스터도 딜러점에 내놓기가 무섭게 팔릴 정도라는 얘기가 들린다. 올 들어 10월까지 현대차의 수출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 이상 증가했다.
기아자동차도 마찬가지다. K5는 좋은 예다. K5는 화성공장에서 생산했을 때 국내 공급 능력이 월 6000~7000대 수준에 불과했다. 수출 역시 비슷한 규모였다. 하지만 지난 9월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하면서 국내 공급능력이 확대됐다. 유럽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공급 능력이 늘어나면서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해외생산에 따른 마법으로 볼 수도 있다. 정몽구 회장은 “미국 판매대수의 44%는 수출이 차지한다”면서 “현지 생산이 확대되면서 수출도 같이 늘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앨라배마 공장은 내년에도 33만대를 유지하고 기아차는 올해 30만대에서 내년 36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마법은 지역경제와 협력사에도 효과를 발휘했다. 목화를 바탕으로 한 섬유산업이 융성했던 앨라배마와 조지아는 완성차 공장 유치로 기사회생했다. 협력사 역시 매출 확대의 기회가 됐다. 해외공장 유치는 국내외에서 기적을 일구고 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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